김용택의 어머니
평소 좋아하던 김용택 시인.
이번 여름 가족들과 서울로 여행갔다가 종로에서 점심을 먹으려니 주차장이 만만치 않아
영풍문고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 갔는데 주차비를 조금 벌려고
점심식사후 부랴부랴 문고에 들러 급하게 산 책이 김용택시인의 "어머니"이다.
김용택 시인은 시집 "섬진강"으로 처음 만난 후
너무도 서정적이고 꾸밈없는 시어에 혹해 틈나는대로 시를 접했다.
섬진강이라는 성장 배경이 되는 자연 하나로만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음이
아무런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언어들이건만
가슴을 파고드는 슬픔과 희망이 어우러진 맛이 있어 참 좋다.
이번 산문집 "어머니"를 읽으며
개인적으로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많은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나의 어머니 생각이 많이도 났다.
어릴적 자랐던 고향의 시골 풍경과
도시로 이사오고 난 후에도 방학때면 어김없이 찾았던 시골 외가집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농촌에서의 생활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늙어 가는 어머니에 대한 애뜻한 마음과 그리움, 감사하는 마음이
담담하게 어릴적 추억을 회상케 한다.
"꽃만 저렇게 하야디 지면 뭐하다냐? 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다"
"................ 근데요, 어머니 꽃이라도 펴야지요"
"그렇구나"
다슬기는 새끼들이 어미 몸속에서 자라다가
다 크면 어미 몸뚱아리를 파먹고 나온다 한다.
빈 껍데기가 된 어미는 흐르는 물에 조용히 떠밀려간다.
다슬기처럼,
나는 어머니의 가슴을 뜯어먹고 세상에 나와,
비로소 시인이 되었다.
상황은 다소 다르겠지만 내게도 육성회비로 인한 어린 마음에 쌓였던 아픈 기억도 있다.
오로지 주기만 했던 우리 어머니
그 옛날 또 형제들은 얼머나 많이 낳고 길렀으며
얼마나 많은 노동으로 지새운 나날들이었을까?
그래도 그런 어머니에겐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생활이었고
담담히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던 숙명이라 해도
단지 슬픔으로만 채워지지 않았던 공동체가 아니었을까?
연세가 많으셔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력이 많이 약햐져 가시는
시인의 어머니, 아니 우리들의 어머니!
좀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참으로 좋겠다.
얼마 전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 보다 김용택 시인을 잠깐 만났다.
내가 알고 있던 똑같은 모습의 시인이 너무도 신기하고 살가웠다.
사진은 어쨰 잘 찍었는데 아뿔사 싸인을 받는다는 걸 깜빡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