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약 2년만에 발표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이다.
일본에서 발표되자마자 단숨에 백만부가 팔려 나갔다고 한다.
하루키 특유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주변과의 적절하고 절제되는 연결고리,
그리고 인간 내면의 끊임없는 고민과 자기 성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상처의 원인을 사람들을 만나며 하나씩 치유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의 다르지만 공감될 수 있는 그들만의 갈등과 해후하고
마침내 자신의 인생의 암흑기의 단초로 제공된 모든 오해와 갈등을 치유한다.
고교시절 가장 아름다왔던 5명의 친구들
아마 인생의 황금기때 또 다른 작은 그들만의 별천지같았던 그룹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가지 이유로 주인공과 단절되면서
남았던 4명의 그룹도 서서히 붕괴되고 마는, 그래서
각자 해체된 채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면에 대한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
작가 특유의 음유적 표현과 예상못한 전개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중간중간 독자의 감정이입까지 계산하고 쓴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언어와 단어의 절묘한 선택이 수도사의 도의 경지를 찾는 과정과 흡사하게 다가온다.
자기의 인생에서 자신의 색채는 무엇인가?
혹시 나는 무채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혹은 남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지레 짐작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인생의 절망을 먼저 느끼고 위축된다면 한번 쯤 읽어 보길 바란다.
《생생한 언어의 유희들...》
사고란 수염 같은 것이다. 성장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볼테르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 아널드 웨스커
상처입기 쉬운 순진한 소년으로서가 아니라 자립한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봐야 하는 것을 보는 거야. – 과거의 상처를 어쩔 수 없이 안고 사는 주인공에게 사라가
나 자신을 잃어 버릴 만큼 강렬하게 상대를 원한 적은 없었어 – 과거 사귀었던 여자들과의 헤어진 이유에 대해
남은 건 고요한 슬픔뿐이었다. 가슴 왼쪽이 뾰족한 칼에 베인 듯 아릿해져 왔다.
카메라도 가져가지 않았다. 사진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가 원하는 건 살아 숨쉬는 인간이고 살아 숨쉬는 언어였다.
하늘에는 하얀 반달이 둥실 떠 올랐다. 오래 쓴 속돌 같았다. 누군가 그걸 하늘로 집어 던졌고, 어떤 이유로 하늘에 턱 걸려 버린 것이다.
색채 없는 다자키 쓰쿠루는 색채 없이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하나의 일은 다른 여러가지 일들과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정리하려 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들이 따라 와. 그렇게 간단하게는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몰라 너든, 나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로만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 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살아가기 위한 힘을 잔뜩 머금었다. 그의 등에 두른 손가락은 끝 간데 없이 힘차고 현실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