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두타산 - 눈 내린 첫 주말 산행
등산일시 : 2014년 3월 7일(토) 08:10 ~ 14:15(약 6시간)
등산코스 : 댓재 ~ 두타산 ~ 쉰음산 ~ 천은사 (약 12KM)
등산지도
며칠 전에 내린 눈이후 첫 주말 산행이라 등산로 걱정이 앞선다.
댓재 고개에 들어서는데 그 넓던 광장은 밀어 치운 눈으로 가득하다.
생각보다 바람은 잠잠하고 기온도 영상에 가까운 따뜻한 날씨다.
초입에 많은 눈으로 한사람이 지날 정도로 길이 열악해 보이고
조금씩 진입하니 마른 눈으로 등산로가 군데군데 눈으로 덮혀 썩 좋지는 않다.
햇살이 길게 비치는 쪽은 눈이 녹고 얼었다를 반복하며 그런대로 걸을 만 하지만
반대쪽은 메마른 눈이 끊임없이 바람에 날려 길을 묻어 곳곳에 함정 투성이다.
그럼에도 큰 어려움 없이 헤쳐나가는 건 워낙 익숙한 길이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같이 출발한 남성 한분이 초행길인지 멀찍이서 나를 따른다.
평소보다 걸음은 더딜 수밖에 없다.
자주 깊은 눈속에 발을 헛디기도 하고 때로는 미끄러져 크게 뒷 걸음을 치기도 한다.
제법 긴 깔딱을 지나니 우려한대로 등산로가 대부분 눈에 잠겨 갈수록 걷기가 힘들어 진다.
하릴없이 반복되는 제자리 걸음에 ,무뎌진 체력에 한숨만 나오고 더딘 진도에 스스로 화도 난다.
그래도 벌거벗은 나무들 너머로 광활하게 펼쳐져 보이는 백두대간의 장엄한 겨울풍광이 위안거리다.
요즘 대세라는 연예인들의 초콜렛 복근인들 저 우람해 보이는 산맥 근육만 하겠는가?^^
마지막 힘을 지어 짜며 마침내 두타 정상에 오른다.
바람이 잦은 정상 한 구석엔 몇사람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얕은 진지가 만들어져 있어 냉큼 몸을 숨기고 끼니를 떼운다.
무릉계곡 쪽에서 올라 오신분 얘기가 그쪽도 길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매서운 바람에 잠시 쉬는 동안 손이 벌써 곱고 안경에 서리가 내려 앉아 하산을 서두른다.
내리막길은 초입경사가 심해서 자주 미끄럼을 타며 속도를 내보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
간간이 한 두사람 지나치지만 힘들어 보이는 표정에 하행길이 한없이 멀게 느껴지고 많이 위축된다.
본래 계획은 천은사로 내려가 입구의 13:20분 삼척행 시내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눈길의 더딘 산행으로 일찌감치 포기하고 무릉계곡으로 방향을 잡아 본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내리막길과의 치열한 전투와중에 천은사 갈림길로 접어 들고 마는 낭패 ㅠㅠ
그나마 정상에서 만났던 분이 혼자 고독한 첫 눈길을 닦아 놓은 덕에
길을 잃고 헤매는 실수는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체력적 부담이
온전히 좌우 무릎 통증으로 갈수록 전이되어 간다.
잠시 쉰음산 바위턱에 앉아 긴 호흡을 고르고
양쪽 무릎 주변을 열심히 마사지 해가며 몸을 재충전해 보지만
천은사까지 멀지 않은 하산길조차 눈반물반 치적거리며 보행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도 이른 따뜻한 기운에 힘찬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반갑고
천은사의 차가운 약수 한 바가지 벌컥이며 마시고 나니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이 밀려 온다^^
힘든만큼 소중하고 알찬겨울 산행은 두고 두고 보약처럼 나의 몸을 두루 편하게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겨울산의 묘미는 바로 있는 그대로 속살을 보여주는 산의 풍광 그자체가 아닐까?
누가 강원도 아니랠까봐?^^ 첩첩산중이다~~
온통 하얀색 눈, 하얀구름에 가렸던 푸르른 하늘빛이 너무도 아름답다.
말꾹이 눈에 잠겨 난장이가 되었군^^
햇살이 짧게 지나치는 쪽은 늘 눈오고 난후의 풍광이 이렇다. 길이 사라졌다. 그래두 리본을 눈여겨 보면 걸으면 된다^^
두타산 가장 긴 깔딱고개가 바로 코 앞이다.
정상 바람이 세지는 않지만 손은 금방 곱아져 힘들고 하산을 서두르게 한다.
그래도 이런 편의를 제공해주기 위해 애써신 분들이 고맙당^^
정상의 입석도 반이상 눈에 묻혔다!
홀로 나선 겨울 산행과 자연의 만남^^
아무런 사심이 들어설 여지 없이 온전히 자연과 하나되는 즐거움에 오르고 또 오른다...
청옥과 고적대가 바로 코앞이지만 오늘은 천은사로 하산!
오른편 끝에는 갈미봉 봉우리가 보인다.
하산길에는 진작 스패츠를 착용할걸^^하는 후회와 함께 젖은 신발속이 질퍽거린다.
산행하는 사람들 고집도 센 편인가?^^
아니다 싶으면 서둘러 착용했으면 많이 편했을텐데...~~
쉰음산. 쉰움산. 오십정
방금 내려왔던 두타산 능선길
맞은 편 무릉계곡으로 내려가는 능선이다.
그래도 봄은 부지런히 우리곁으로 다가 서고 있다^^ 얼음 아래로 시냇물 졸졸졸~~
오랜만의 천은사 약물을 마신다^^
역사찬란한 천은사 풍경, 천은사 = 이승휴 "제왕운기"^^
오전에 짧게 해가 지나치니 온통 하얀 눈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