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후기

속리산 천왕봉 눈꽂 등반

백갈 2018. 3. 4. 19:11

등산일시 : 2018년 3월 1일(07:00 ~ 12:30, 5시간 30분)

등산코스 : 주차장~매표소~세심정~상환암~천왕봉~상고암~비로산장~세심정~법주사~매표소~주차장(약 13km)

 

두줄평

1. 아니라 다를까 보은지방 비내릴 때 밤늦게 부터 눈으로 바뀐 행운(?)의 계획에 없던 눈꽃 제대로 즐감한 산행^^

2. 시작은 빗길, 중간에는 질퍽한 눈빗길?, 상환암 이후는 뽀송뽀송 마른눈이 발목까지 잠긴다. 간간히 부는 칼바람에 제대로된 겨울산행 분위기~~

 

전날 속리산으로 출발할때 전국적인 비소식!

혹시나 속리산 일기 확인해보니 역시 내일 아침까지 비소식!

오히려 비라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계획대로 출발한다.(혹시 정상은 폭설?)

 

속리산은 법주사를 낀 국내 명산인데도 법주사와 계곡만 여러번 갔었고 이번이 첫 산행이다. 미리 알아둔 숙소에 여장을 풀고 산정상의 일기를 염려하며 새벽부터 일어나  전전긍긍^^

 

아침 5시 지나 창밖을 내다보는데 여전히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혹시 비가 그칠까 기대하다 그칠 기미가 안 보여서 결국 오랜만의 우중산행을 시작했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법주사를 힐껏 보고(하산할 때 들리기로^^) 묵묵히 앞만 바라보며 물반 눈반 섞힌 길을 부지런히 걷는다. 사람의 마음을 씻어준다는 세심정을 지나 첫 갈림길에서 상환암을 거치는 천왕봉을 일차 목표로 이제 완연한 폭설로 되덮힌 불확실한 등산로를 추적해가며 한걸음 한걸음 힘들게 걷는다.

 

경사길이 연이어 지고 호흡이 거칠어 질 즈음 상환암에 잠시 들러 쉬며 암자와 주변 커다란 암벽과 온통 하얀눈으로 뒤덮힌 세상구경, 그리고 너무도 경쾌한 리듬으로 고즈늑히 흔들리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별채에 보살 세분이 문을 열고 나오시더니 이 눈길에 천왕봉을 간다하니 염려스러워 하신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갈딱길과 예측을 할 수 없는 등산로 확보를 걱정하며 일단 능선 갈림길을 목표로 다시 등반을 시작한다. 곳곳에 끊길 듯 겨우겨우 찾아나가는 길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눈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눈의 무게에 짓눌러 길을 막아버린 나무가지를 헤쳐가며 점점 피로감이 가중되어 간다.

 

상고암 갈림길과 문장대 삼거리을 통과하며 조금씩 가까워져야 하는 천왕봉 정상은 쉽게 시야에 들어 오지 않는다. 정상에 가까울 수록 등산로 찾기가 힘들기도 하거니와 갈수록 깊게 빠져드는 발걸음, 간간히 헛걸음치게 만드는 미끄러움까지 몸과 마음이 황폐해질 즈음 천왕봉 정상석을 맞았다.

 

정상에서 바람은 거세게 불고 온통 흐린 날씨때문에 어디 한곳 제대로된 전망을 볼 수가 없다.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능선길을 되집어 문장대 갈림길로의 하산을 서두르는데 리턴하는 길임에도 가끔 등산로를 벗어나가며 가까스로 상고암을 찾았다. 상고암 입구에서 누군가가 아침 일찍 진입로 눈을 부지런히 치운 덕분에 쉬 상고암에 이를 수 있었다. 암자치고는 작지않은 규모에 짜임새도 있고 개성있는 돌탑도 인상적이었다.

 

하산길은 찬찬히 새하얀 눈의 세상으로 바뀐 아름다운 풍광을 즐겨가며 마음 편히 걸었다. 비로산장을 거쳐 곧 세심정에 닿았고 법주사 경내로 들어가 오랜만에 불교유적을 꼼꼼히 둘러보며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주차장에 당도하며 뒤돌아본 속리산 풍광이 너무도 강렬하다.

저 멀리 능선부만 하얗게 별색으로 채색되었고 주변부는 온통 푸른 색으로 제대로 배경을 삼고 있어 짪은 시간 비와 눈이 각각 내려 창조된 신세계~~

 

비록 많이 쌓인 눈으로 문장대까지 종주는 못했지만 처음으로 찾은 천왕봉까지의 고군분투와 너무도 강열했던 설경, 끝없이 입으로 직행했던 설빙의 시원함은 잊을 수 없다.




 

본래는 천왕봉을 거쳐 문장대까지 종주게획이었으나

천왕봉 갈림길에서의 눈길 상황을 고려하여 단축할 수 밖에 없었다.


 

세심정을 지나 게곡을 끼고 길에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하얗게 언 얼음위로 어제 내린 빗물이 흐르며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어찌 아직도 단풍잎들이 예쁜 색으로 저렇게 매달려 있을까?

마치 아직 늦가을 풍광이래도 믿을 만하다.

이맇게 곧 봄을 맞을 모양이다. 눈과 산죽의 조화도 아름답다.


 

제법 경사진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다 지칠즈음 찾은 상환암!

온통 하얀눈으로 뒤덮힌 암자곁에 엄청난 크기의 암반이 자리잡고 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니 풍경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져 마음까지 맑아져 오는 느낌이다.

어는 어염집처럼 장독대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 사람사는 내음을 물씬 풍긴다.


 

곳곳에 나무 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어 쌓인 눈을 헤치고 나가는데 문제는 없다.

계단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눈으로 머리로는 "등산로"를 찾고 발은 마음가는대로 내 딛을 수 밖에 없다.

가끔 무릎까지 빠져 허우적대기도 일쑤다. 계단길에도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조금씩 밀리다 보면 체력은 점점 한계에 이른다.


 

눈꽃이 그대로 얼어 붙어 멋진 상고대를 만들어 냈다.


 

가끔 이렇게 길같지 않은 길을 헤쳐 나간다.


 


나무가지에 하얗게 내려 앉은 눈과 얼음이 식수이다.

틈나는대로 배낭의 물대신 눈을 먹었다. 평소 빙수를 좋아해서 공짜로 빙수를 먹는 기분으로^^


 

정상이 가까워 지면서 거센 바람과 기온으로 상고대가 얇게 내려 앉은 모습이다.


 

잔뜩 흐린 날씨때문인지, 안개가 잔뜩 끼었는지

한치앞을 바라볼 수 없다. 정상이 바로 코앞에 다가 왔다.


 

완벽한 상고대!



드디어 정상에 섰다.

날씨만 좋아도 사방의 절경을 볼 수 있으련만,...


 

문장대 갈림길을 내려서는데 잠깐잠깐 햇살이 비치니

맞은 편의 바위가 훤하게 반짝이며 성큼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이다.



상고암 풍광


 


상고암 마당에서 내려다 본 풍광이 멋지다.

 

 

상고암을 내려설 때쯤 비로소 환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고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달라져 완연한 봄 산행 분위기로 바뀌었다.


 

식수로 사용하는 저수지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올라갈 땐 이 길을 몰라서 차도로 한창을 걸었었다. 


 

오랜만에 법주사 경내를 둘러 보았다.


 

정상과 능선에만 하얗게 내려 앉은 눈이 너무도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