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후기

통고산 정상에서 길을 잃고 낙동정맥을 타고 하산하다.

백갈 2022. 7. 26. 16:27

등산일시 : 2022년 7월 6일(수) 9:20~13:40(4시간 20분)

등산코스 : 통고산휴양림 사방댐~임도경계지점~정상~임도길~사방댐 으로 계획을 세웠으나

                  정상부근에서 길을 잘못 들어 낙동정맥 하행로를 따라 917번 지방도로 힘들게 탈출 ㅠㅠ

 

멀리서 찾아 온 지인과 함께 혼자 미리 세번 좌우로 코스를 바꿔가며 올랐던 통고산이라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결과는 정상부근에서 그만 정상을 좌회하여 지나쳐 길을 잃고 말았는데.........

 

더 큰 문제는 정상을 지나쳤지만 그 후로 등산로가 너무도 반듯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 의심의 여지없이 하산길인줄 착각하고 한참을 내려섰다는 것!

 

고개를 가웃거려가며 20여분 정도 내려서다 전에 걸었던 길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길은 외길이었고

설사 돌아간다고 해도 통고산 정상을 쉬이 찾으라는 보장도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그냥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 보기로 했는데 다행히 30여분 내려서니 앞이 환해지면서 낮선 임도길과 만나는

경계지점에 도착하였다.

 

허걱! 

좌우로 임도길이 끝없이 펼쳐지고 내려 선 등산로 맞은 편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여기서 어디로 가야 통고산휴양림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온갖 머리를 짜내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일단 임도길은 피하자는 결론을 냈다.(임도길로 잘못 접어들었다가 통신이 두절되는 경우 어디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이 불가하며 끝없이 지루하게 이어질 임도길에서 체력방전으로 낙오할 수 도 있겠기에 ㅠㅠ)

 

통고산 정상방향으로 1시간 정도 가면 정상에 도착할 수는 있을까?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었고(정상부근 능선길은 외길이었지만 키가 큰 싸리나무들이 온통 등산로를 막고 있어

정상적인 등산로 확인해가며 걸을 수가 없어서 바닥의 길만 확인해가며 걸었는데도 궤도를 이탈했다 ㅠㅠ)

 

마침 임도길은 개방지역이라 인터넷 서비스가 되어 네이버 지도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임도길과 통고산을 지나서 남하하는 낙종정맥길 교차점이다.

 

 

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약5KM에 이르는 낙동정맥길을 따라 917지방도 교차점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 길이 비교적 평탄하거나 내리막길일 것으로 낙관했는데 조금씩 걸어보니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교차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 능선길이었고 이제 속도보다는 체력을 안배해가며 우리가 본 지도의 방향과 위치가 맞기만을 기도하며 부지런히 걷는 수 밖에 없었고 조금씩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하다 ㅠㅠ

 

왜 통고산 정상을 앞두고 정상을 우화하는 길로 벗어나고 말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도 제법 고도도 있고 지명도도 있는 통고산의 예상외 심각한 등산로 관리부실과 이정표 설치 부실로

인한 혼동이 주된 이유가 되다보니 울진군 국유림관리소의 나태한 관리부실을 성토하느라 바쁘다~~

 

 

정상적으로 통고산 정상을 찍고 내려서면 요 안내판을 만날 수 있었지만 정상을 지나치며 요 안내판도 우회했으니 무용지물ㅠㅠ

 

이제나 저제나 지쳐갈 즈음에 가까운 곳에서 차 소리가 들리고 히끗히끗 도로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거의 절벽길같은 높은 낭떠러지를 기어서 내려서며 낙종정맥길 종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했다.

 

이제 급한 불은 껐지만 인적도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는 이 지방도를 어떻게 탈출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마침 가까운 통고산 휴양림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총을 설명하고 데리러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수밖에,...

 

한참을 기다려 무사히 차를 얻어타고 휴양림으로 돌아오며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조금만 더 헤맸더라면

좀 더 큰일이 생길 수도 있었겠다는 안심속에 통고산 등산로 관리주체에 불만 민원을 제기해야 겠다고

한 목소리로 떠들며 아찔했던 정상 인증샷도 못한 통고산 산행을 마무리했다.

 

바쁜 와중에 유일하게 건진 야생화 사진 한장으로 위안을 삼았다.

 

 

 

360도 돌려서 달리는 잎은 삿갓나물과 흡사하나 이렇게 긴 꼿대위에 하얀꽃이 피는 우산나물!!!

 

PS)

 

며칠뒤 우리와 똑같은 이유로 오후에 산행을 시작했던 등산객도 길을 잃어 생고생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더 이상 미루어선 안되겠다 싶어서 울진 국유림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자세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조치를 요청했다. 정중했지만 예산확보, 결제등의 절차를 밟다보면 조치가 늦어질 수 있으니 양해바란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통고산을 오르시는 분들(답운재에서 낙동정맥을 종주하시는 분들은 해당없음)은 이 글을 잘 참조하셔서 비슷한 낭패를 보시는 일이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겨 본다. 그리고 아무리 전문 산악인이라고 해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되돌아가는 결정력이 꼭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감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