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두 가지 육체의, 마음의 상처와 흉터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그러한 부부 – 감정이 메마른 아내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진 남편 -간의 비밀스러운 상처와 사랑을 파헤쳐 간다. “착하고 따뜻하다”는 남자의 말에 “단지 고지식하고 우유부단 하다”고 자신을 말했던 여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겁다.
가벼운 농담이나 언어적 유희는 없다.
이야기의 전개는 이리저리 파편처럼 끊어지고 다시 이어진다.
자신은 자신의 의도된 방향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부부간에 동정심과 이해는 삶의 빠듯함과 무미건조함으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그렇게 서서히 퇴색되고 마는 것일까? 어차피 삶을 그렇게 의도적으로 살지 않는다 하여도 말이다.
“너는 어릴 때부터 보통 어린이 같이 어리광을 부리지 않고 알아서 참고 견뎌서 그것이 더 걱정되었다”는 여자 어머니의 회고…
어릴 때 화재로 인해 온몸이 화상의 흉터로 마음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남자…
여자는 자주 상상과 꿈속에서 문득 문득 여행을 떠난다. 어릴 적 자신을 만나기도 하고, 동굴 속의 어린부처의 얼굴에 나타나는 자신의 마음을 보기도 한다.
“동굴 속에 있는 아기부처의 얼굴은 손으로 직접 주물러 보시오. 만지는 사람에 따라 얼굴의 형상이 달라집니다”라는 우화적 내용에서 비로소 영화는 개인의 마음의 상처와 육체의 흉터로 인해 일그러져 보이는 자신만의 아기부처상을 보여준다.
서로의 바램과 관심에 귀 기울이며 늘 소통하며 살아갈 때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유지되는 양방향으로의 진심 어린 소통이 이루어지고 가족과 부부간의 상처를 치유해갈 때 비로소 사랑스러운 아기부처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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