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시 : 2019. 02. 22(금) 09:30~15:15 (5시간 45분, 정상까지3시간 30분)
등산코스 : 남설악(오색) 탐방지원센터~설악폭포~대청봉 (왕복, 10km)
두 줄평
1. 이제 설악겨울도 더는 춥지 않는 것인가? 영상의 따뜻함! 며칠전 내린 눈을 기대했지만 그냥 늦은 봄 설악 분위기^^
2. 정상까지 가장 가깝다는 코스의 역설 재확인! 어느 때보다 마지막 남은 2km의 연속 오름에 걷는 겐지? 기는 겐지?^^ 기었다^^
내설악에서 외설악, 남설악을 아우르는 전체 등산안내 지도이다.(설악산 국립공원 제공)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한지 10년 정도?
설악의 모든 코스는 등반을 마쳤다. 미시령에서 통제중인 마등령 코스까지 포함해서...
가장 매력적인 코스는 공룡능선, 특히 가을 단풍산행인 것 같다.
조금 덜 짧게 대청을 오르는 좋은 코스는 "한계령~대청봉~오색" 코스가 아닐까?
남설악 탐방 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가장 짧게 대청봉을 직접 오르는 코스이다.
워낙 급경사가 길고 지리해서 짧은 것 이상 굵은 땀을 필요로 한다.
첫 계곡 지나 1KM 경사구간도 만만치 않고 설악폭포기점부터 정상까지도 수많은 나무계단과
끝없이 완.급경사를 반복하는 지루함에다 결국 체력적인 한계에 부닥치게 만든다.
유난히 이번 마지막 2KM는 왜이렇게 힘들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이제 서서히 나이를 감안한 안전한 거리와 시간을 계획하여야 하나?^^
3일전에 눈이 내려 보기더문 설경을 잔뜩 기대했는데
워낙 따뜻한 날씨때문인지 정상 부근만 빼고는 눈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따뜻한 봄날씨의 겨울 잔설 수준의 눈길 산행이 되고 말았다.
지난 해 여름 유난히 뜨거웠던 날씨로 인해 최고의 한파가 우려되었던 2019년 겨울은 이렇게 유야무야 지나가고 있었다.
사실 산행하기엔 더없이 포근하고 좋았던 날씨였다. 전국을 뒤엎은 미세먼지로 인해 남설악의 풍광도 선명하지 않았다.
여기서 대청 오르은 얼마만인가?
시작하기전의 설레이는 긴장감이 늘 새롭고 좋다.
초반부터 시간을 의식해서 속도를 내보기로 했다.
그러나 설악폭포 전후로 해서 한없이 움츠려드는 체력과 거친 호흡으로 기진맥진 상태에 도달했고
가벼운 현기증마저 간간히 찾아와 최근 산행중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부분부분 응달에 며칠전 내린 눈이 쌓였고
양지에 내린 눈은 벌써 녹아 늦은 봄 산행 기분^^
멀리 허옇게 속살을 드러내는 근육질 설악능선!
이제 한 시간을 걸었는데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대청봉 정상이 저만치에서 유혹한다.
조금 더 속도를 내어 시간 욕심을 내어 보지만 결국 이게 나중에 독이 되었다^^
서두르지 말것!오너페이스를 조심할 것~ 어떤경우는 괜찮고 또 오늘같은 날은 안되구~~~
이제 설악 폭포까지는 짧은 평지와 길지 않은 계곡길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응달에 쌓인 눈이 녹았다 얼어서 미끄러움을 조심해야 했지만
정상까지 고집으로 아이젠을 차지 않고 버티다 몇번 짧게 미끄럼을 타기도 했다.
역시 겨울산 최고의 장점은 탁트인 전망이다.
특히 눈 내린지 얼마되지 않았을때 겨율 산행은 따로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
나무가지에 내려 앉은 눈이나 응달에 깨끗하게 쌓인 눈의 표면을 살짝 걷어내고
하얀 깨끗한 속살을 손으로 뭉쳐 갈증을 해소하니 시원한 설빙(雪氷)이 무제한 공짜이다.
이런 길이라야 겨울 산행의 기분이 들지?^^
대청봉의 마지막 깔딱고개는 여기서부터시작된다.
정상에 이를 때까지 단 한번의 짧고 쉬운 평지조차 없다.
끝없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높은 나무계단길과 돌계단길이 한구비 돌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기원해 보지만 늘 한결같이 이어지는 또 다는 경사길!!!
이제 모든 것을 내던지고 비우고 정신력에 의지해서 힘들게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며
뿌연 안개처럼 눈앞에 포기라는 단어가 수차례 오고간 후 비로소 정상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천왕봉(중산리), 치악산(구룡사), 두타산(무릉계곡), 한라산(관음사) 오르는 끝없는 깔딱도 이에 못지 않지만
최근 가장 힘든 산행은 바로 오늘 대청봉 오름인 것 같다. 괜찮은 몸 컨디션과는 전혀 무관하게도...
평일이라 긴 행렬이 없는지라 어렵지 않게 인증샷응 하며 웃어 보지만
아직도 희미한 어지러움과 가라앉지 않은 거칠었던 호흡이 남아 있다.
웃어도 웃는게 아닌 시간!!!
미세먼지 여파로 멀리 시계는 그리 좋지 않지만
설악의 웅장한 자태까지 감출 수는 없나 보다^^
화채능선길이 우측에 길게 이어지고
오색 맞은 편엔 하얀 구름이 길게 드러누었다.
분명 여기 대청기세에 눌려야 하지만 오히려 대청을 능가하는 자태로다.
오른편 봉우리가 점봉산일까?
지겹고 길고 험악하게 모습을 드러낸 서북능선길!
짧은 근육질은 공룡능선을 따를 자 없지만
쉼없이 이어지는 능선의 바위길과 곳곳에 자리잡은 너들지대의 힘겨운 사투와
끝날 듯 끝날 듯 쉬이 끝나지 않는 길게 드리운 서북능선도 상당히 매력적인 녀석이다.
흔히 지리는 어머니산, 설악은 아버지산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부부끼리, 부자끼리, 친구들끼리 어울린 산인들,
그 틈새로 나처럼 홀로 나선이도 여럿 있었다.
게중 젊은 처자둘이 함께 오르던 마지막 경사길엔
한 여성이 상의에 민소매 셔츠만 입은 채 사뿐사뿐 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그래도 2월인데?)
중간 지점을 하산할 때 만났던 초등학생을 동반한 가족들.
꼬마녀석이 대뜸 인사하며 살갑게 웃어 주어서 마음이 너무도 행복해졌다.
조심해서 서둘지 말고 찬찬히 완등하렴~~
출발은 내가 먼저였는데 중간에 부자(아들은 아마 대학생?)가 추월하였고
정상에서 먼저 하산하였는데 하산 0.5KM 남겨두고 따라 잡았는데
무릎이 몹시 불편해 보여 격려말을 했더니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해서 흐뭇해졌다.
조금 더 내려서니 어머니와 형으로 보이는 가족이 입구에서 두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완등을 축하해 준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대청 산행이 아마 영원히 깊은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게인적으로 bucket list 중 하나가 하나밖에 없는 딸과 함께 가까운 험하지 않는 산에 동햄하는 것인데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 뜸을 들여 볼까?^^
이렇게 부부가 함께하는 산행이 가장 이상적인 바램이다.
켜켜히 쌓인 하얀 구름층이 오묘하다.
중청방향
서북에 접한 남성악 점봉산 방향
운평선(雲平線)?^^
최근 혼자하는 산행엔 대단한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는다.
전에는 김밥 2줄에 온갖 과일에, 초코바, 사탕 때론 컵라면까지
식탐해가며 신나게 배불리 먹고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또 기념으로 어중간한 한끼를 더 보태곤 했다.
요즘엔 작은 떡 두엇에, 꽃감 두개, 삷은 계란 두개, sweet americano can 하나면 충분하다.
6~7시간 걸려도 그리 탐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어 몸이 좀 더 거벼워지고 있는 기분이다.
서쪽으로 화채능선
서북눙선
오른편으로 설악의 상징인 공룡능선
공룡능선 우편에 멀리 외설악 울산바위
하산길에는 여유롭게 사진을 찍어가며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