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8월 휴가차 찾은 서울!
언젠가 한번 쯤 한산해 진 서울 도심지 휴가를 생각했었다.
처음엔 호텔에서 다양하게 내거는 피서철 여름 패키지를 고려하다
세 식구 편히 쉴 수 있는 값싸고 실용적인 레지던스를 예약했다.
원하면 아침식사도 뷔폐로 해결할 수 있고, 아담한 피트니스 센터도 있다.
또 호텔과 달리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오늘은 첫 번째 도보로 여행하는 성북동 역사 탐방코스이다.
미리 서울 홍보 홈페이지(visitkorea)를 방문하여
그 곳 해설사를 소개받고 약 일주일전에 시간 예약을 했다.(이전에는 이러한 무료 해설자 지원이 가능한지도 몰랐다)
약속된 장소에서 해설사를 만나 도보로 약 3시간 이상 걸리는 성북동 여행일정을 간단히 소개를 받았다.
서울 도보 여행중 가장 힘든 코스라고 겁을 주시는데 마침 날씨마저 한증막인지라 걱정이 앞선다.
해설사 이야기로는 이곳 성북동 코스가 가장 경사길이 많아 웬만한 해설사들은 꺼려하는 곳이란다^^
성북동 코스가 대부분 급경사길을 오르내리므로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한다.(순전히 해설사 관점^^)
"최순우 옛집 - 선잠단지 - 길상사 - 이태준 가옥 - 심우장"을
찬찬히 전문가 해설 들으며 돌아 다니는 데 어른도 아이도 힘이 든다.
우리는 세팀이 참가했는데 50대 아주머니 한분, 세살 정도의 아이와 애기 아빠, 그리고 우리 세 식구!
50대 후반으로 보이시는 해설사분은 인상도 좋으시고 조용조용하지만 딱부러지게 역사 이야기를 술술 풀어 주신다.
그래도 막연히 겉모습만 훑어보는 것 보다 역사적 의미나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이건 시골에서 서울 나들이 오시는 분들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몇 십년을 서울 토박이로 살아도 자기 생활영역외에는 꼼꼼이 둘러보고 여가를 제대로 알 기회가 없기 때문~~
아래는 성북동 도보 여행 지도인데 지그재그로 걸어야 할 거리와 경사가 만만치 않다^^
최순우옛집 - 시민의 힘으로 만드는 문화재
전 국립박물관장이자 미술사학자로 한국 미술사에 큰 자취를 남긴 해곡 최순우(1916~1984년)선생의 옛 집이다. 2002년 주변의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시민 기금으로 보존의 가치가 있는 땅이나 문화재를 구입하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하여 지켜낸 소중한 공간이다. 조선시대 말기 가옥인 이곳은 화려함보다는 담백한 아름다움으로 부드러운 한국의 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은 구석구석 해곡 선생의 정성이 담겨 있다.
선잠단지
알고 보면 의외로 서울에 옛날 옷감짜기의 중요 생활 수단이었던 누에를 장려한 흔적들이 많다.
선잠단지는 중국의 누에신을 받들어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다.
특히 조선 세종때는 전국에 누에 농사를 짓는 땅을 선정(잠실)하였고
나중에 서울 강남 한곳에 잠실을 집중적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잠실 지명도 그 당시의 누에농사가 성행하였던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심우장(尋牛莊)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감옥 출소 후인 1933년 이후 약 10년간 거처하셨던 집이다.
따뜻한 남향대신 북향으로 지은 것은 바로 남쪽에 위치했던 조선총독부 건물때문이라고 한다.
선불에서 깨달음의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유래하여 이름을 지으셨다고 한다.
심우장은 큰길에서 좁은 언덕길을 한참 찾아 들어가야 하는데
위치도 현재 성북동 서민들 주택이 몰려있는 곳이라
당시 선생의 청빈함이 지금도 서민들과 함께 하시는 뜻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태준가옥
일제시대 사회주의 작가로 널리 알려졌던 작가 이태준이 살았다는 가옥.
해방이후 월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작품들이 묻혀 있다
최근 해금되면서 고등학교에 그의 작품이 실렸다고 하는데
마침 우리딸리 이태준을 안다고 하니 맞긴 맞나 보다^^
("달빛"? 시간나는대로 함 그의작품을 접해봐야 겠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일본식 가옥 영향을 받았으며
공간을 최대한 실용적으로 배치하여 그의 손길이 곳곳에 느껴지는 듯!
현재는 선생의 손녀가 찻집(수연산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천주교 성북동성당
길상사 가는 길목에 위치한 성북동 성당.
규모는 그리 크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동양적 색채가
잘 반영된, 특색있게 설계된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내부엔 우리의 정서가 흠뻑 깃든
8면의 아름다운 유리벽화(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하다.
길상사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절이긴 한데
한두번 그런 절이 서울시내에 있다는 걸 들은 기억은 난다.
길상사란 절 이름도 절 이전의 유명한 유곽이었던 "대원각"의 주인인
김영환씨에게 법정 스님이 붙혀준 이름인 "길상화"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해방전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고급기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김영한은
당시 함흥 교보 교사이던 백석을 운명적으로 만나고
이후 이들은 짧은 만남뒤의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다.
이후 김영한은 지금 길상사 자리에 음식점 "대원각"을 내고
서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요정으로 키운다.
늘 마음속에 백석을 그리워 하던 영환은
범정 스님에게 전재산(그떄 당시 천억원)을 기부하고 그 자리에 절이 들어 선다(1997년)
1999년 그가 운명하기전 백석을 기리는 "백석 문학상"을 제정하여
영원한 자신의 연인과의 인연을 잇고자 하였다.
절을 지으면서 그전 대원각의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여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절의 모습과는 상이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정감이 있고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불교 신자들만을 위한 절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에게 언제나 찾으면 휴식공간이 되고자 하였던 그의 마음이
길상사 구석구석을 둘러 보면 진심으로 느껴진다.
혹시 가을에 서울에 다시 올 기회가 생기면 좀 더 여유롭게
한나절 차 마시고 산보하고 넉넉히 쉬어가며
다시 한번 길상사를 거닐고 싶다.
▼ 길상사 건너편 여행객들의 단골 방문지, "효재"네 가게
▼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님의 관세음보살상. 절두산의 마리아상과 부드러운 곡선이 떠오른다.
▼ 넓은 정원과 울창한 수풀이 보통 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 현재 스님들의 정진용 숙소로 이용되는 공간들이 정감있다.
▼ 지금은 가물어 물이 말라있지만 꽤 괜찮은 개울과 계곡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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