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부터 구리에 있는 아치울 노란집으로 옮겨 생활하면서 땅과 물과 나무와 꽃들을 벗삼아 생활하며
박완서 작가가 쓴 글을 딸인 호원숙씨가 발간한 책이다.
북적대는 도시를 벗어나 비로소 자연과 벗 되어 사는 일상에서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며 가족의 이야기를 솔솔 풀어 낸다.
아주 어릴 적 일제시대의 짧은 단상
전쟁으로 인해 이산가족이 되고 만 고모부네 가족의 잊을 수 없는 생이별 이야기
집안에서 그렇게 엄격했지만 유일하게 자기에게만 한없이 너그러웠던 할아버지에 관한 즐거운 추억
너무도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 아버지의 임종으로 비로소 자유인이 된 어머니에 관한 기억
어쩌면 작가는 인생의 황혼기가 자신의 잘못으로 숙명적으로 받아 들여야 할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왔고 젊은이에게도 자양분을 충분히 남겼으므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즐겁게 살아가야 할 소중한 시간임을 독자들에게 보여 준다.
도시에서는 그 동안 듣지 못했던 나무와 꽃과 풀, 새들의 속삭임과 계절의 바뀜이 인간에게 주는 무한한 감동
최신 과학기기를 사용하며 사는 인간이 어쩌면 기기에 스스로 예속되고 마는 이울 배반적 삶에 대해 경고한다.
한 구절 한 구절 일상 속의 단조로움일 수 도 있는 자연에 대한 관찰이 크나큰 기쁨과 행복일 수 있음에
자연과 동화된 삶이 부러움으로 다가 오기도 한다.
책 표지에 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보다 젊었을 때 보았으면 하는, 지나간 인생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묻어 난다.
과연 우리의 중년과 곧 어김없이 다가 올 노년에 우리는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 갈까? 노년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책 속의 아름다운 글귀들…》
인간이 인지하든 말든 수많은 꽃들은 스스로 피고 진다.
사람은 속절없이 늙어가는데 계절은 무엇 하러 억만년을 늙을 줄 모르고
해마다 마음을 들뜨게 하는가
인간관계 속에서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해 버릇하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적이 일어난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물의 흐름도 수많은 들과 굴곡을 만남으로써 속도가 조절되듯이 우리의 발전도
반대나 회의하는 입장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곤두박질을 면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름은 자신을 존재케 한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과 꿈이 담긴 선물이고,
자신이 남과 다른 고유한 존재하는 걸 인식하게 한 최초의 울림이고,
자신이 지닌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이고,
무엇보다도 부르라고 지어준 것이다.
모든 영광과 허식을 벗어 던진 나무의 아름다움, 겨울 숲의 적요가 마음에 스미는 물빛 새벽에
한잔의 커피는 나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낙이다.
자의로 도는 팽이는 없다.
자식이 행여 한눈이라도 팔세라 온종일 미친 듯이 채찍질 해대면서
책 안 읽는다고 걱정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들꽃이 예쁘게 보이면 그건 늙었다는 징조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산 날은 길고 살날은 아주 조금 밖에 안 남은 걸 몸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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