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데카르트!
그의 이원론적 방법론은 정치권력(왕권)과 종교권력(신권)의 절대적인 지배력에 자그마한 균열을 가하였다. 아마도 죽을 수 없어 살아야만 했던 민중들과 개혁적 성향의 철학자와 과학자들에게 민주화의 토대를 제공한 셈이다.
정신과 육체가 하나이며 육체 또한 신의 의지에 따른다는 그 당시의 철학의 바탕은 지금 우리들이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말이 안되는 불합리의 극치로 보겠지만 중세의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가야만 했던 정치와 종교의 힘 아래 그것은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이였을 것이다.
아무래도 좋다.
위대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근대의 시금석이 되는 철학의 기초를 제공하였고 그것은 비로소 인간의 자유정신으로 인간이 주체가 되는 철학적 시발점이 되었다. 비록 그가 무신론에 입각하여 신을 배격하지는 않았지만(사실 그는 이원론에서도 일정부분 신의 역할을 인정한 사람이다) 그의 추종자들은 온건과 급진으로 세가 나누어 지면서 급격한 무신론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알려진 사실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데카르트 본인의 유물(두개골과 나머지 뼈들)이 신의 영역을 벗어 나고자 하였던 수많은 세속주의(탈 신권주의)를 따르던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기독교 사회에서 일상화된 성물숭배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가 죽은 스웨덴으로부터 프랑스로 첫 번째 이장된 때로부터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수 차례 재 매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프랑스의 과학의 총람이었던 아카데미시앙스의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 수 차례 진위여부의 논쟁을 거치면서도 어딘지 불명확한 의구심은 반복적으로 "데카르트 유골이 맞는가?"라는 의심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 과정에서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검증단계에서의 골격학과 미술(초상화)의 연대도 흥미롭다. 그리고 천재들과 두개골 크기와 연관성이 있는가를 두고 수많은 논쟁이 이루어 진다.
비록 친구들이나 가족들 조차도 가까이 지낸 사람이 없는 오만과 자기 중심적이었던 데카르트도 지인의 가정부와 사이에 딸을 하나 두었으며 병에 걸린 딸의 목숨을 구하고자 인체의 질병을 다양하게 연구하기도 하였으나 딸이라고 부르지 못한 딸은 끝내 목숨을 잃었고 결국 딸의 죽음으로 어쩌면 기계로 간주하였던 인간의 육체에 대한 오류의 수정에 대한 현실적인 장벽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딸의 엄마의 앞날을 위해 재혼을 중매하고 보증을 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가 내세운 방법서설은 프랑스 혁명을 일으키는 철학적 배경이 되었으며 주변 유럽 국가들은 민중혁명의 확산을 막기 위해 데카르트주의를 엄격히 통제하였고 그도 모자라 아예 프랑스 혁명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프랑스가 주변 국가들에게 철학에 의해 붕괴된 권력에 대한 예방주사가 된 셈이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관심을 끈 논쟁은 기독교의 성찬식에 사용되는 "빵과 포도주"의 호용에 대한 논의이다.
기독교에서 빵과 포도주는 예수의 육신과 피와 동일시 하고 있다.
당시에도 일부 개신교에서는 성찬식의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육신과 피를 상징한다고 주장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남긴 말을 인용하여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육신과 피로 본질이 변화하였다고 주장한다.
데카르트 주의자들은 무신론에 입각한 빵과 포도주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지만
정작 데카르트 본인은 기독교와의 전면적인 대립을 피하고자 하였으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을 내지 못했다.
자신은 비록 기독교계의 탄압을 피해 네덜란드로, 스웨덴으로 도피 다름아닌 망명의 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고 노후의 마지막을 자신이 그토록 경멸해 마지 않던 종교적 치료(당시 병든 피를 뽑아내는 종교적 처방이 일반적이었음)를 끝까지 거부하다가 결국 마지못해 피를 뽑고도 자신의 생을 그곳에서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천재였던 것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인 데카르트의 철학의 배경과 영향, 사후 그의 유골을 둘러싼 진위 논쟁,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전혀 무겁지 않은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로 풀어 준다.
이 책은 한 편의 추리소설이자 그 당시의 유행하는 사상과 시대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자료집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대 지식인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다.
'영화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터스(Starters) - 리사 프라이스 (0) | 2014.03.27 |
---|---|
꾸뻬씨의 행복 여행(프랑수아 롤로르) (0) | 2014.03.06 |
노란집 - 박완서 (0) | 2014.02.03 |
이 길의 끝에서 자유에 이르기를 – 불교신문기획/원택스님 엮음 (0) | 2014.01.24 |
다크 플레이스(Dark places) - 길리언 플린 (0) | 2014.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