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후기

가평 축령산(886M) 종주

백갈 2017. 12. 31. 06:22

등산일시 : 2017년 12월 29일(토) 10:00~12:50 (약 2시간 50분, 모처럼 휴식 줄여가며 속도전!!!)

등산코스 : 자연휴양림 제1주차장~축령산~서리산~화채봉삼거리~제1주차장(약 9km)

 

두 줄평

1. 올해 첫 눈길 산행! 포근한 날씨, 정상 멋진 상고대로 모처럼 겨울산행의 묘미 제대로 즐감~~

2. 코스가 힘들지 않아 축령.서리산 모두 끼고 종주하기에 무난함

 

여름에 가려했다 못간 홍천 팔봉산!

맘먹고 삼척을 출발 매표소 도착했건만 12월부터 출입통제중! 오호통재(嗚呼痛哉)라 긴급 고민 후 가평 축령산으로 재 출발~

이러다 서울로 입성하는거 아냐?^^ ㅋㅋ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신의 한수?~~

바람 잔잔한 포근한 날씨, 녹지 않은 dry snow로 제대로 눈길 밟는 재미, 능선길 곳곳에 각양각색의 상고대, 활엽수 마른잎에 살포시 내려앉은 함박 눈꽃~~

 

첫 축령산 정상까지 약간의 지속적 오르막길과 일부 로프를 이용해야하는 미끄러운 암벽길만 빼면 "축령산~서리산" 코스는 부드러운 고개길 탐방 수준이라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아 가며 속보로 산행 가능!

 

서리산 정상에서 화채봉에 이르는 능선 좌우로 전체가 앙상한가지만 남은 철죽 군락지였는데 봄철에 다시와서 흐트르지게 피어날 붉은 피빛 철죽축제를 즐기고 싶다.

 

정상에서 잠깐잠깐 휘날렸던 약한 눈발은 겨울 산행을 일깨워 준 마지막 금상첨화!



 

주차장에서 축령산, 축령산에서 서리산, 서리산에서 화채봉 갈림길, 그리고 하산길

코스마다 나름 개성있고 구성이 다양해서 쉬 지겨울 틈이 없었다.


화창한 봄이 되면 서리산 너머로 온통 철죽 군락지의 검붉은색 향연이 기대 된다.


 

GPS상의 해발 정보가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축령산의 해발 정보가 맞겠지?^^


 

어렵게 어렵게 기회를 만들어 찾아갔건만,...굳건히 폐쇄된 출입문!

홍천 팔봉산은 해발은 높지 않으나 여덟 봉우리가 모두 암봉이라

겨울철 눈이 내려 결빙이 시작되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철저한 출입통제!!!


미리미리 사전 정보를 파악한 후 움직여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 확인^^ 너무 비싼 후회~~


 

휴양림 제1주차장을 올라 서면

중앙에 축령산 등산 안내도와 함께 좌로 서리산, 우로 축령산 길로 나뉘어 진다.

오늘은 축령산 정상부터!


 

서서히 눈의 흔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눈길이 깊어져 간다.

산을 오르는 마음은 더 즐겁고 가벼워진다^^

영동쪽은 늘 첫눈이 늦어서 이렇게 다른 지역산 신세를 져야 한다~~


 

날렵하게도 잘 생겼다^^



이곳 축령산의 유래에도 나오 듯

남이장군의 영령을 기리기 위해 산 이름을 축령산으로 바꾸었다는 얘기도 있다.


조선 왕실의 외족 후손(증손미만은 제외됨)이면서도 일반일 수밖에 없었던 남이장군!

무인으로서의 강한 기개의 반만큼 이라도 문을 겸비했었더라면

좀 더 오래 자신의 세상을 열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를 시기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예종도 같은 해 운명을 달리했으니,...


가평에는 그를 기리기 위한 "남이섬"도 있다.

가평에서 나고 서울(한양)을 오가며 성장했다고 한다.


남이 장군의 유명한 시

 

이십대에 병조판서까지 올랐던 남이장군은 아깝게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정적의 모함으로 젊은 나이에 죽었다.

남이 장군에 대한 일화는 많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의 시 또한 유명하다.

 

白頭山石磨刀盡(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다 닳고)

頭滿江水飮馬無(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다 마르리)

男兒二十未平國(남아 이십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한다면)

後世雖稱大丈夫(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랴.)

 

이 시에서 ‘未平國’을 ‘未得國’으로 고쳐 모반을 꾀한다고 유자광의 모함으로 예종이 죽게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누가 만든 작품일까?

바람과 햇빛에 녹고 날아가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지천에 아름다운 상고대가 널렸다^^


 

능선길의 아찔한 절벽을 따라 걷는 길! 조심 또 조심~


 


마지막 축령산에 오르는 계단길이 나타나고

오손도손 주고 받는 산인들의 얘기 소리가 정상너머에서 들린다.

드디어 축령산 정상이다! 정상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고 있다.



 

상고대 못지 않게 살포시 내려 앉은 함박눈꽃이 몹시 탐스럽다. 


 

오랜만에 보는 정상에서의 태극기

하얀눈밭에서 보는 백.흑.청.홍의 선명함이 도드라져 보인다.

바람과 함께 눈발이 조금씩 날리면서 더더욱 겨울 산행의 기분이 든다.


 

축령에서 서리산까지의 편안한 산행길

급격한 경사도 별로 없고 낮고 짧은 구릉으로 이어져 제법 속도를 내 본다.


 

오늘 산행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정상 인증샷은 일단 성공적^^

온통 상고대가 지천이라 눈길만 휘익 돌려도 곳곳이 작품이다^^


 

갖가지 상고대 모습들


 

특히 겨울 눈길 산행시 더더욱 빛이 나는 푸른 소나무

그래서 옛날 선인들은 소나무.대나무의 변함없는 절개에 비유했다.

말 그대로 독야청청(靑)이다.


 

휴양림에 가까워지자 마른 낙엽들이 바닥에 드러나기 시작하고

꽁꽁 얼어붙은 시냇물 바닥으로 차가운 물이 흘러 먼 봄을 기약한다.


추위에 떨어가며 눈사람을 만든 사람은

이렇게 지나가며 감사할 또 다른 사람을 생각했겠지?^^


큰 부담없는 홀가분한 겨울 눈길 등산이었다.


유럽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한국은 가까운 곳에 좋은 산이 많아서 천헤의 혜택을 타고 났다고

그들은 산을 타고 싶어도 먼 여행길에 계획을 세워 이동해야 하니깐~~

그래서 산행은 늘 즐겁고 새롭고 보람을 느낀다. 어째튼 감사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