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 박범신
자식과 가족을 위해 평생을 염전에서 죽도록 일하며 결국 과로로 소금위에 코를 박고 쓰러져 염분 부족으로 목숨을 잃은 여자주인공의 할아버지,
가족의 끊임없는 허영심을 충족시키느라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족의 돈을 지급하는 자칭 인간 “빨대”로의 삶을 살다 췌장암을 얻은 후에야
가출로서 고된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자기의 삶을 만들어 가는 여주인공의 아버지.
자식 학업을 위해 삶터를 도시로 옮겨 부두 일일 노동자로 전락하고 술에 취해 부두에서 떨어져 삶을 마감한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
요즘 간간이 기러기 아빠로서 외로운 삶을 살다 자살하는 아버지에 관한 뉴스를 접한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천박한 “자본주의”를 바탕에 깔고
쓴 소설이라고 밝혔는데 돈을 벌기 위해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현대인의 삶을, 그리고 그러한 아버지를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이야기 전개는 잠시라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잊혀져 가는 70~80년대의 부조리한 사회상의 기술에는 어둡고 안타까움이 묻어 나고 남녀간의 얽히고 설킨 사랑 이야기는 애증의 추억을 반추케 한다.
사회는 돈으로, 또는 하영으로 사회의 주류가 되기 위한 무한 경쟁의 장이며 이로 인해 피폐해지고 파괴되는 가난한 서민들의 삶의 단면이다.
“타의에 의한 삶 – 췌장암”이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으로 바뀌는 순간 왜 그런 삶이 의미로운지를 잘 보여준다. 또 그때서야 비로소 주변의 피폐되고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이웃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췌장암이 치유되는 과정이 새로운 삶의 결과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닐까?
단지, 아버지의 새로운 삶의 선택이 자의 반, 타의 반 이루어졌지만 나머지 가족들의 그로 인해 해체되고 만 - 사실 아버지의 책임이 아니긴 하지만 - 삶에 대한 방기된 것으로 보이는 책임에 대한 화두가 전혀 없어 아쉽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둘로 나눠야 한다면, 하나는 스스로 가출을 꿈꾸는 아버지, 다른 하나는 처자식들이 가출하기를 꿈꾸는 아버지로 나눌 수 있었다.”
“죽음으로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었다. 관계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망각일 터였다.”
“3월은 일종의 공백기 같아요. 겨울의 권력은 레임덕을 맞고 있지만 아직 봄의 권력이 다 장악한 것도 아니니깐” – 시우
“그는 바람과 시간에 떠밀려 흐르면서, 그러나 아무것도 붙잡으려 하지 않고 흘려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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