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시 : 2014년 8월 13일(수) 08:45 - 14:30 (5시간 45분)
등산코스 : 은티마을 주차장~삼거리~호리골재~구왕봉~지름티재~희양산~성터~희양폭포~삼거리~은티마을주차장(계획 12.5KM)
은티마을주차장~삼거리~호리골재~구왕봉~길을 잃고 헤매다 산넘어 경북 문경 봉암사 ~ 홍문종마을 (실제 14KM 이상?^^)
등산지도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한 이래 가장 최악의 날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수없이 질뮨을 해 보지만 스스로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구왕봉 정상에서 인증샷을 하고 분명한 길을 따라 능선을 잘 따라갔는데...
어느 순간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느낌이 안좋았을때 구왕봉 정상으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경험상 능선길이 맞는데 왜 갑자기 사람 흔적이 없는걸까?
잠시 오른쪽 비탈을 타면서 혹시 놓쳤을 지도 모르는 등산로를 찾기 시작하면서 오늘의 허무개그는 시작되었다.
잠시 능선을 내려서고부터는 미끄러운 바위길을 지나며 미끄러지기도 수회...
계곡쪽 등산로가 아니면 어떻게 된걸까?
아직 오른쪽 계곡을 더 지나야 길이 있는 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능선 왼편에 좋은 길을 못보고 지나친건 아닐까?
결국 마지막 의문이 정답이라 생각했을때는 이미 나자신도 도대체 어디쯤 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천하의 스마트폰도 아무짝에 도움도 안되고 겨우 혼자의 방향 감각만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건만
쨍쨍하게 내리쬐는 해라도 있었으면 시간과 그림자 각도로 대략 방향이라도 잡을 수 있었을 터인데...
날씨는 잔뜩 흐린데다 헤매는 시간이 1시간을 넘어서자 빗방울마저 떨어지기 시작하니 더더둑 암담한 기분이다.
그때부터는 오로지 왼편 능선길만 목표로 해서 걷고 또 걷는다.
그제서야 희양산 주변이 얼마나 깊은 산인지?
맑은 날에도 얼마나 햇볕이 짧은 산속인지?
그리고 넘고 또 넘어도 또 다시 나타나는 능선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지?
헤멘 지 두시간이 다 되가니 공포가 엄습해 온다.
이러다 못 빠져 나가면 어떻게 되는 걸까?
희양산 간다는 메세지만 남겻는데 구조는 가능할까?
곳곳에 산재한 멧돼지 발자국과 놀라 지나치는 노루들을 만나면서 더욱 두렵기까지 하다.
그나마 희망이라고는 아직도 시각이 조금은 이르다는 것 하나뿐이다.
12시가 가까워 오면서 마음 한켠으로 이곳의 어둠은 훨씬 빨라 찾아 올것이라는 확신이
더욱 사람을 조급하게 만든다. 이러 때일수록 느긋해야해!! 라며 자기 암시를 하며 때 마침 나타난 작은 개울에서 휴식을 취해 본다.
그래도 이전보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경사가 조금 완만해진 듯한 느낌에 일말의 희망을 가져 본다.
다시 빠른 속도로 왼편 능선으로 걷고 또 걷는데 완만한 구릉이 나타나더니 희미한 물소리가 들린다.
소리로 봐서는 작은 개울이 아닌 큰 계곡물일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서둘러 걸어 내려간다.
드디어 가까이 들리는 물의 포효를 들으니 저만치 사람 다니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단숨에 내려선 길에 서서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자연속에 한 인간이 얼마나 초라해질수 있는가를 느낌과 동시에 끝없는 자연의 위대함에 경건함 마저 느낀다.
본래 계획했던 산행코스
구왕봉 정상에서 바로 능선을 잘못타면서 어긋난 산행 방향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문경측 계곡인 봉암사를 앞둔 계곡으로 운좋게 탈출!
그래서 최종 당일 산행지도^^ ㅠㅠ
그나마 천행으로 홍문종 마을로 내려서니 관리사무소(조계종에서 봉암사 철저한 출입 통제중) 아저씨 왈
정말 운이 좋으셨네요^^ 여긴 경북 문경이올시다^^
사무소 지나 첫번째 가게에 들러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는데 주인 할아버지께서 놀라신다.
여기로 매년 10개가 넘는 산악팀들이 길을 잃고 이리로 내려 선답니다.
그 중 일부는 밤늦게 경찰과 소방대 구조반 투입해서 힘들게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택시를 부를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자기가 직접 은티마을까지 태워 주신다네요.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썹쓸함이 배어 나네요^^ (택시비보다 만원이상 절약^^)
편도로도 40KM가 넘는 만만치 않은 길을 돌아가며 이러저런 얘기를 나누어 봅니다.
봉암사가 조계종 선원으로 성역화되면서 철저한 통제와 함께 마을주민과의 길고 긴 투쟁...
오늘은 무사히 봉암사를 지나왔는데 에전에는 길을 잃은 사람도 희양산으로 다시 쫓아 보냈다고 하는데...
괴산군에서는 희양산 등산을 홍보하고
문경시에서는 희양상 등산을 만류한답니다.
이곳이 진정 우리나라 종교집단의 힘인가요?
그래서 이곳 문경쪽에서의 희양산 등산은 아예 꿈도 못 꾼답니다.
아침에 상큼한 출발과 함께
지천에 깔린 사과재배 과수원을 지나며 맛있겠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지났건만
결국 중요한 판단 착오 하나가 전체 산행 분위기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고 말았다.
집에 가까운 산이면 곧 바로 제도전해서 말끔히 정리를 하고 싶건만 담을 기약해야 겠다.
오히려 거친 길없는 길을 오래 걸어서인지 하체는 더 불끈한 기분이 든 우울한 하루였다^^
은티마을 주차장의 등산 안내도! 희양산들렀다 시루봉으로 하산하려고 했는뎅...
사과는 정말 한잎 깨물어 맛보고 싶었는데...에고고^^
전문 산악인께서 운영하시는 산장같았는데
가끔 이런일이 있으면 조언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까?
정상에서 지도라도 자세히 살피는 습관을 들여 한다는 것^^
확대해 본 지도에는 정상에서 짧게 되돌아가 오른편으로 우회하게끔 되어 있는데
매번 모든 봉우리를 그렇게 면밀히 살피며 정상적인 등산이 가능하긴 한걸까?~~
한가지 아니다 싶으면 어째튼 회귀하고 본다는 것은 맞다^^
구왕봉 지나기 전 봉우리인데 풍광이 너무도 좋네요^^
이름모릉 진기한 버섯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 만큼 깊고 그늘이 길고 습기가 많은 까닭이 아닐까?
드디어 계곡에 도착하여 생존했다는 기쁨을 짧게 만끽^^
여느 절과는 다른 분위기의 해우소?
어디가 희양이고 구왕인지 나도 모르겠당 ㅠㅠ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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