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달 살기에 도전하며...〕
(윗세오름 전망대에서 360스트리트뷰로 잡은 한라산 풍광)
너무 낭만적인 주제인가?
몇 번의 짧은 제주와의 만남이 아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특히 한라산 등산에 목말라하는 나로서는 좀 더 길게 머물며 한라산을 다양하게 알고 싶은 것이 사실 가장 첫번째 바램이었다.
그런 이유로 퇴직후 이제 남아도는 자유로운 시간을 제주에서 느긋하게 일주일 그냥 한라산 타고 올레길 골라 걸으려는, 조금은 길다면 긴 일상적 계획을 먼저 세웠었다. 그러다 인터넷등을 통한 제주 한달살기 소식들을 접하며 좀더 길게 한달 정도 살아야 제주를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순간 제주도 한달살기의 구체적인 계획을 하나씩 세우게 되었다.
늘 바쁜 일상을 살면서 막간의 시간을 활용하여 빠듯하게 제주를 방문하다 보니 짧은, 한정된 시간에 유명한 관광지나 테마파크 위주로 일정을 짤 수 밖에 없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하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한달이라는 거시적 시간과 공간을 놓고 보니 무엇이가장 우선순위가 될 것이며, 특히 이번에 놓쳐서는 안될 제주의 참모습과 제주사람들과 제한적이나마 소통을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해 대략적 방향을 잡아야 했다.
첫번째 과제는 한달 살기에 적합한 숙소 구하기였다. 인터넷이나 뉴스를 통해 제주 한달살기에 얽힌 사기사고가 많이 발생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많이 돌아서 찬찬히 진중하게 숙소 구하기에 많은 시간과 공을들였다. 다양한 채널로 조사한 결과 "Mrmention"이라는 흥미로운 숙소 관리 website를 알게되었고 직접 host와 집에 관한 상세 정보를 공유하고 확인하면서 좀 더 경제적이고 편리한 위치의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일단 제주 공항에 가깝고 주변에 다양한 먹거리를 쉽게 구할 수있고, 마트도 가깝고 그리고 완룸이 아닌 1.5룸으로 옵션을 선택해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두어 명 찾아와도 같이 지낼 수 있는 숙소중 가성비가 가장 좋은 숙소를 구했고 신제주쪽의 노형동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을 구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달내내 집보다 더 편안하게 잘 지낼 수 있었으며 마침 오피스텔 지하에는 사우나 시설, 1층엔 편의점과 미용실까지 들어서 있어 남자 혼자 살기엔 최고의 선택이었다. 물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이마트 및 백화점도 있어서 편리했고 근처 편의점과 식당가가 많아서 사고, 먹고 사는 환경은 최고였다.
(기생화산 분화구의 표준으로 알려진 산붐구리에서 바라 본 한라산과 주변 오름들 풍광)
출발전 제주에 한달살기 위해 간다는 얘기를 들은 지인들 대부분 "그래? 부럽다!"라고 반응을 보였는데 사실 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고 매일 틈나는대로 이런저런 다양한 주제들을 모색만 하다 출발을 하였고 도착 후 하루하루 전날 계획을 세우고 돌아다녔는데 아주 기초적인 제주역사와 문화에 관한 공부도 해가며 대략적인 범위과 대상을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였다.
평소 산을 자주 타고 다녔기 때문에 한라산의 입체적인 탐방과 주변의 아름답고 이야기를 품고 있는오름 탐방, 해안과 중간산을 아우르는 다양한 올레길 탐방, 그리고 제주의 역사와 관련된 주제를 정하고 현장 답사형식의 역사 탐방도 포함하였다. 다양하게 제주를 소개한 여행 지침서를 통한 최근 제주의 가장 핫한 플레이스와 전통적인 제주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 탐방과 '제주도속의 섬'탐방이 마지막으로 계획에 포함되었다.
(우도, 그리고 한라산)
제주도에 들어가 가장 먼저 한일이 도서관을 찾아 제주관련 책을 빌리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간단한 기록을 남기면서 추가로 필요한 책을 구입해서 제주관련 자양분을 듬뿍 섭취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무척 흥미롭기도 했고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한달 정도 머무를 계획을 가진 분은 먼저 도서관을 찾아 간단히 대출증을 만들어 맛깔난 제주 여행을 도와주는 도우미로 활용하시길 권해본다.
설문대할망의 신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단지 신화가 아닌 제주도민의 제주 탄생 역사와 가까운 자긍심의 시작이 되었고, 삼성혈의 신화는 엄연히 신화적인 색채를 띌 수 밖에 없지만 제주에 뿌리를 내린 삼성씨(고,부,양)가 제주의 주요 집성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신화 이상의 현실적인 믿음을 더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양도 비양봉 등대에서 둘러 본 바다와 제주본섬 풍광)
제주도 대략적인 둘레가 총 250km라고 알려져 있는데 한달동안 걸었던 총 거리가 약 390km로 제주도를 한바퀴반을 발품팔아서 걸었으니 제법 부지런 떨며 걸은 셈이었고 제주를 익혀나가는 소중한 체험이 되었다. 한달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하루라도 제주를 알기 위해 뭔가를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셨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일주일에 하루이틀 정도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멍때리기로 재충전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천성이 가만있지 못하는 나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하루 평균 약 13.5km 거리에 약 18,000보를 걸은 셈이다. 한달 사용한 총 경비는 숙소 79만원(관리비 13만원 포함), 자동차를 포함한 배삯 36만원을 포함하여 약 250만원이 소요되었다. 일반 경비중에서는 지인들이 두번 찾아와서 손님 접대차 제대로 된 저녁식사를 한 경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나는 승용차를 가지고 배편으로 제주에 입도하였는데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배편을 세심하게 고민하지 않고 한번 들은 기억으로 목포~제주 구간 배편을 미리예약을 했고 나중에 후회를 했다. 목포, 진도, 여수, 부산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선박으로 제주도 입출항이 가능하니 출발지와 연계한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여객터미널 선택도 중요하다. 2등석 침대와 차량을 포함한 승선비는 16만원이었고 제주를 떠날때는 제주~여수 배편을 이용(2등석 예약했는데 1등석으로 up-grade 서비스 받음)했다.
(흐린 날씨때문에 조금은 불완전했지만, 제주시 사라등대에서의 고즈늑한 일몰 풍경)
제주도를 제대로 보려면 제주에 관해 많이 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저런 제주관련 여행 책을 많이 접했고 막상 제주에 들어가서도 두차례 제주 관련 책을 사기도 했고 도착하자마자 제주시 우당도서관을 찾아 대출증을 만들고 제주 전설.신화와 관련된 책을 빌려서 읽기도 했다.
여러가지 신화중 몇 가지는 이해를 하고 제주를 바라보면 보다 친밀하게 제주에 다가설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설문대할망의 이야기는 제주도 한라산과 백록담의 생성과 영실에 우뚝 솟은 오백장군상 바위, 우도가 성산봉에서 분리된이야기등 친밀하면서도 유쾌함이 깔린 이야기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제주관련 책 소개〕
- 제주 가기전 미리 산 책
- 제주 현지에서 산 책
- 제주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시리즈3까지 있으나 1권만 탐독^^)
〔제주관련 주요정보 홈피 또는 유용한 앱〕
제주올레: https://www.jejuolle.org/
- 다양한 올레길 정보를 제공하는 올레길 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 특히 종점에서 시작점 또는 제주, 서귀포시내로 회귀하는 대중교통 상세정보가 가장 도움이 되었다.
- 버스번호를 확인하고 아래 "제주버스정보" 앱을 이용하여 상세 구간 정류장 정보를 이용하면 된다.
제주도 공식 관광지도 : JEJU_MAP_KOREAN.pdf거문오름 : http://wnhcenter.jeju.go.kr/index.php/contents/black/black교래자연휴양림 : http://www.jeju.go.kr/jejustoneparkforest/index.htm서귀포 자연휴양림 : http://healing.seogwipo.go.kr/index.htm제주 4.3평화공원 : https://jeju43peace.or.kr/제주도 돌문화 공원 : http://www.jeju.go.kr/jejustonepark/index.htm
산굼부리 : http://www.sangumburi.net/
이왈종미술관 : http://walartmuseum.or.kr/
우도 : http://udo.invil.org/index.html)
한달살기 숙소찾기 web (Mrmention) : http://www.mrmention.co.kr/
- 지역(제주 선택), 옵션(완룸, 1.5룸, 투룸등,..), 가격조건, 위치(제주시, 서귀포등)에 따라 다양한 조건으로 숙소 검색 가능 - 통상 약 30만원 수준의 보증금에 한달 월세가 결정되며 계약시 보증금을 선불로 입금 후 입주시 잔액- 지불 - 숙소 확정전 host와 통화도 가능하므로 사전 확인하고 확정하면 좋을 듯함
제주버스정보 앱
〔한달살기 주요 여행 내역〕
〔한달살기 걷기/경비 내역〕
- 주로 생활하는데 필수품(음식재료, 음식)과 배삯, 입장료등 중심으로 반영
- 두차례의 지인 방문으로 식대 대폭 증가^^
〔오름에 관한 기초 지식〕
오름은 기생화산의 다른 이름으로 비교적 소규모의 폭발로 수백미터 상공에 올라간 화산방출물이 화구 주변에 퇴적되어 형성되는 소화산체를 일컫는다.오름은 생성 위치와 과정에 따라 스코리아구(91%, 공기중 마그마 용암이 냉각), 수중화산구(용암이 물과 만나 폭발적인 분화, 응회구, 응회환, maar등) , 용암원정구(산방산, 점성이 큰 조면암질 용암이 많이 흐르지 못하고 화구에서 굳음)로 구분되고, 화구의 성상에 따라 말굽형(47%), 원추형(27%), 원형(15%), 복합형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내륙의 오름이 해당되며 형성당시 지하수 영향을 받을 경우 수산화산구가 생성되기도 한다)
(우도 등대부는 응회환, 성산일출봉은 대표적인 응화구이다)
(응회환의 일종인 대표적 Marr은 산굼부리)
(지형도를 나타낸 지도에서 4가지 형태의 분화구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
〔제주 한달살기 일일 여행기〕
제주01일차 (4/17 수)
- 목포에서 배편으로 제주 입항
배를 싣고 예약했던 승선표를 받고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터미널 건너편 식당을 찾아 짭짜롬한 조기정식을 맛나게 먹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제주항 퀸메리호에 애마를 싣고 9시 출항!
오랜만에 자동차를 실고 하는 장거리 여행이다. 괜스레 바닷바람 맞으며 선상에 서니 비로소 제주도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기쁨과 약간의 긴장감도 함께 밀려 온다. 8인실 침대인 2등칸에 누워 짬짬이 잠도 자며 가끔 밖으로 나가 바다바람도 쐬가며 드디어 저멀리 제주의 윤곽이 나타나니 비로소 "한달살기"가 시작되는구나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들락날락 거리며 피곤하기도 해서 잠깐잠깐 침대에 누워 눈을 붙히니 비몽사몽 현실인듯 꿈인듯 ~~
목포의 상징인 목포대교를 지나가며 배가 만드는 물길의 부드러운 곡선이 너무 아름답다.
구름아래 숨어 있던 제주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배를 타고 제주를 찾은 건 처음이면서 한달살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마음은 "적당한 긴장감!"
도로가의 이국적 풍광이 비로소 제주에 들어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가장 먼저 제주시에 위치한 우당도서관을 찾아 대출증부터 만들고 즉시 대출^^
책이음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단기 여행시에도 항시 대출이 가능해졌다.
물론 전국의 수많은 도서관이 회원으로가입되어 활용도가 높은 대출증이다.
의욕을 앞세워 욕심껏 책을 빌리긴 했지만 사실 책읽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그래서 제주도 신화.민담 관련 책 중심으로 틈 나는대로 읽고 무엇을 보고, 관찰할 것인지를 결정하려고 했다.
한달을 함께할 노형동 오프스텔 내부 전경15평에 대부분의 살림용 집기가 갖추어진 환경과다소 여유있는 탁트인 스트레이트형 공간에 두개의 싱글침대창밖으로 북쪽 바닷가 수평선이 빌딩 너머로 반겨주는 뷰!
건물 시공시 가스관 연결불가로 난방방식이 전기난방식이었는데 특별히 난방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나무 칸막이로 거실과 주방이 구분되고 낮은 침대가 양쪽벽에 두개가 있어 지인들 재우는데 문제도 없었다.
무엇보다 벽걸이용 소형 세탁기가 너무 맘에 들었고 이틀엔 한번정도 조금씩 옷을 세탁하니 편리했다.
창문너머 건물들 위로 북제주의 바다 수평선이 아스라히 보인다.
매일 숙소를 나서며 오늘은 동쪽인가? 아님 서쪽인가를 판단하였다.
동쪽으로 가려면 숙소앞에서 우측으로, 반대라면 좌측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방향은 출발때의 반대방향이다.
제주입도 2일차 (4/18 목) - 윗세오름을 경유한 한라산 첫 종주
피곤함에도 일찍 일어나 모처럼 밥통 밥을 하고 감자된장국 끓이고 어제 사온 멸치볶음, 구운 김으로 든든히 아침을 채우고 한라산 서북쪽 어리목에서 10:10분 등반시작!
사실 제주도를 찾은 가장 큰 목적이 바로 한라산 탐방이라 고민의 여지가 없는 첫번 째 선택^^
예전엔 관음사~백록담 왕복, 성판악~백록담~관음사 코스를 길게 탔는데 등산지도상 다른 탐방로를 통해서는 백록담 정상 등반이 불가함을 알고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알고보니 옛날엔 윗세오름에서 장구목을 거치거나, 남벽분기점에서 남벽으로 직접 백록담으로 오르는 탐방로가 개방되었는데 가장 근거리로 오르는 "영실~백록담" 코스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오랜기간에 걸쳐 훼손이 심해져서 원상태로의 복귀를 위한 일정기간 통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 원래 선택했던 한라산 코스는 "어리목주차장~윗세오름~남벽갈림길~영실주차장" 코스였다. 북에서 남을 가로지르는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백록담외 옹기종기 솟은 주변 오름들을 완연히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코스이고 백록담을 우회하는 첫 산행이었다. 어느쪽에서든 푸른 바다와 수평선,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그 위로 하얗게 떠다니는 뭉게구름, 황금색으로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한라산만의 자산인 조릿대 물결까지 어느 하나도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해발이 높은 관계로 한라산의 고도에 따라 봄이 찾아온 높이 차이가 확연하게 도드라져 보이는 한라산이다.
해발 1000미터 이하엔 벌써 육지와 마찬가지로 옷을 부분적으로 입기 시작했지만 유지보다는 신록이 다소 늦음을 알 수 있었는데 윗세오름 중턱에 올라서니 아직 벌거벗은 키작은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어째튼 이르긴 하지만 한라산의 봄은 시작됐고 내가 머무는 한달동안 무르익은 봄향기를 제대로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청명한 날씨, 하얀 구름, 파란 바다, 신록이 점차 한라산을 덮어가는 완벽한 조건에서 최고의 산행으로 기억될 순간~~
백록담을 윗세오름쪽에서 바라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생각보다 단지 백록담 화구속을 들여다 보는 것 이상으로 올려다 보는 백록담의 투박하지만 웅장한 풍광 또한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윗세오름 대피소 주변의 너른 초목지대와 구상나무군으로 우거진 얕은 숲길도 매력적이다.
처음엔 영실로 내려가서 1100도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어리목으로 회귀하여 했는데 라산 남쪽 자락 풍광이 궁금해서 조금씩 남쪽으로 내려서다 보니 남벽분기점에 이르렀다.
어째튼 백록담의 남쪽 풍광과 함께 서귀포가 안고 있는 남쪽 푸른 바다까지 품을 수 있어서 좋았고 내친김에 돈내코(돼지들이 코를 들이대고 물을 마셨다는데서 유래)까지 길고 지루한 하산길을 이어갔다.
돈내코 주변의 다소 철늦은 동백꽃 항연과 넓은 초원을 가두고 있는 까만 밭담길, 수많은 무덤들까지 새로운 한라산 자락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서귀포 시내로 택시를 타고 들어가 버스로 환승해 어리목으로 가려는 계획은 서귀포시내까지의 예상외로 비싼 택시비때문에 직접 어리목으로 이동하며 비싼 수업료(3만5천냥)를 치러야 했지만 좋은 날씨덕에 더없이 즐거웠던 산행^^
어디에 서든 1600M 이상 고지대에서는 동서남북 펼쳐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단순한 등산로가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점차 이게 한라산 특유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숙소 들어와 지하의 사우나를 찾았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3주 목요일 휴! 한숨을 휴~~ 쉬며 그냥 사워로 대체.
아직도 부족한 살림살이 사러 걸어서 근처 "다이소"를 들러 이것저것 살림살이를 보충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목에 저녁은 근처식당에서 소고기해장국에 막걸리로 반주 한잔하고 들어와 긴 휴식으로 하루를 마감 한다.
내일은 여유롭게 쉬며 즐길 수 있는 테마를 생각하면서~~
제주입도 3일차
(4/19 금) - 숙소 근처의 바닷가 산책(도두동, 도두항구, 제주 첫 물회,...)
마산 내려오며 화악산, 고성서 연화산, 입도첫날 배타고 5시간, 담날 5시간 윗세오름,... 몸이 다소 부쳤는지 아침 간단히 먹고 자고 만두쪄서 먹고 자고 지속적 힐링을 실컷하고 오후 늦게 일몰이 아름다운 공항 가까운 도두봉(섬머리)과 흰색.빨간색 쌍등대로 유명한 도두봉 항구를 찾았다.
물이 빠진 까망 바위들 사이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게라도 한마리 잡아볼까 이리저리 바위를 옮겨가며 구경만하고 밖으로 나왔다.
한창 물질하고 나오신 해녀분의 무거운 짐을 육지까지 들어 드렸더니 미역을 크게 한봉지 싸주시길래 미안한 마음에 잡으신 소라는 조금만 달라고 했더니 고맙다며 계속 더 챙겨주신다. 중에 집에 돌아가서 졸깃하게 쪄서 시원한 맥주 안주로 소라는 먹었고 미역은 잘 씻어서 냉장실에 구분 저장해 두고 한달내내 미역국 구수하게 우려서 잘 먹었다.
바쁜 일 없고 시간이 여유로우니 쉬엄쉬엄 풍경 담아가며 도두봉 정상까지 올랐고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 가며 오랜만에 망중한을 제대로 즐겼다. 특히 항구쪽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배경으로 도전해본 인증삿도 즐겁기만 했다.
시원하게 불어대는 바닷바람을 쐬며 단체관광객들로 시끌벅끌한 분위기의 도두봉 정상 풍경!
공항에 가까워 수시로 비행기가 이.착륙하며 소음을 유발하지만 누구하나 불만있는 이 없다.
제주의 자연과의 조우에도 바쁜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기에~~~
등대 자리한 부두의 일몰을 기다리며 해녀분이 직접 운영하는 항구 근처식당에서 시원한 전복성게 물회로 바닷 내음 충분히 즐겼다.
돌아 온 숙소에서 해녀에게서 샀던 갓 잡은 싱싱한 뿔소라를 쌂아서 시원한 맥주와 더없이 화려한 하모니를 ^^
(도두봉은 해안 오름중 드물게 전형적인 원추형 오름이다)
제주입도 4일차
(4/20 토) - 가장 매력적인 바닷길 올레길 7번 코스
한라산을 제대로 탔으니 가장 매력적인 올레길 코스 하나 도전해야겠지?
제주의 올레길중 가장 아릅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귀포 해안의 절정을 담을 수 있는 7번 올레길 도전에 나섰다.
어제 도두항에서 공짜로 얻은 싱싱한 미역으로 미역국을 푹푹 끓여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해결하고 7번 올레길의 시작점인 서귀포 제주올레 여행자 센터로 향한다.
본래 출발점은 외돌개였는데 얼마전에 올레길 센터로 변경되었고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레길 표식도 아직 적응이 되기전이었고 어느곳에 리본이 있는지 눈치도 부족해서 가던 길 되돌아서서 다시 확인하는 적응기가 필요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올레길 걷기라 올레길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상식도 알겸해서 센터사무실에 들려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고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길을 나섰다.
긴세 - 제주도 조랑말 형상화 등산비본대신 올레길용 리본 파란 화살표가 정방향 시작점과 종점의 표식점
왼쪽 머리방향이 가는 방향 갑자기 사라지곤 하니 조심! 주황색은 코스 역방향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파란색은 제주의 바다를, 주황색은 제주의 감귤색을 상징한다)
그리고 올레길을 완주하여 기념 인증서를 받으려면 올레길 passport를 사서 정해진 위치에 시작점, 중간점, 종점에서 스탬프를 찍어야 한다.
나는 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작은 수첩을 하나 사서 시작점, 중간점, 종점을 표시하여 스탬프를 찍었었다.
물론 처음부터 완주가 목적이 아니다 보니 그것도 얼렁뚱땅 이리저리 빼먹고 찍고는 했다.
서귀포의 해안 풍광에 항상 등장하는 외돌개부터 없는 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새로이 탄생한 "수봉길"을 거쳐 오랫동안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지만 정부서 몰아부쳐 이제는 흉흉해 보이는 기지와 아파트로 해변이 바뀐 강정마을을 지나 아름다운 월령포구를 통과하는 17.7km의 코스난이도는 중이지만 거리가 꽤 긴편인 올레길중 best of best로 꼽히는 구간이다~~
외롭게 바다에 자리잡은 돌섬인 외돌개가 가장 인기있는 핫 플레이스이다.
바닷가의 야자수 나무의 배경으로만으로 육지와 다른 이국적 풍광을 만들어 주었다.
강정마을의 아픔은 아직 끝났다고 보이지 않았다.
진정한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었을까?
그 결정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을 불투명한 그 무엇이 궁금하다.
왜 제주도민의 , 강정마을의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까?
반대가 대세였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민의를 반한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을 해야했지 않을까?
어째튼 그렇게 해군기지는 완성되었고 강정바다는 영영 사라졌다.
해가 지며 긴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 지기 시작한다.
내내 제주 남쪽 바다와 해안, 마을, 섬, 꽃, 포구를 끊임없이 즐기며 지나는 행복하고 환상적인 코스였다
.
중간중간 휘미하게나마 그 위용을 보이는 한라산과 남벽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다음 등산에 대한 의욕도 다지며 중간중간 제대로된 카페에서 휴식과 재충전을 해가며 열심히 5시간을 걸었던 하루~~
제주입도 5일차
(4/21 일) - 예쁜 마을 구경하기 : 종달리
벌써 이리저리 한주가 훌쩍 지나갔다~~
어떻게 나름 계획대로 잘 한주를 알뜰하게 보낸건가?
아무도 답해주는 이 없고 정해진 해도 없는 여행일뿐,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제주를 사랑하려는 마음 하나로만 돌아다녀 보자꾸나!
오늘은 그 동안 쌓였던 피로도 플고 하루종일 쉬며 힐링하려 했건만 몸이 찌뿌뚱해 점심도 안먹고 동쪽끝으로 내달렸다. 참 아침엔 모처럼 오뎅볶음과 어제 남은 소라(미리 똥부위는 절제수술~~), 그리고 미역국에 닭가슴살을 넣어 끓여서 푸짐히 먹구~~
종달리를 소개한 책(종달인, 종달In 제주동네 여행)을 읽고 처음으로 답사를 간 셈인데 아쉽게도 점심 먹으려한 식당인 '순희 밥집'은 정기휴일이어서 아담하고 깨끗한 동네를 한바퀴 휘 돌며 소일하였고 점심은 옛날 친구부부 동반시 지나쳤던(내 기억이 맞다면~~) 우도입구 근처 한 식당에서 전복해물뚝배기로 떼웠다~~ 이번에도 갈치조림과 구이는 일인분은 팔지않아서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넉넉한 해물과 시원한 맛에 만족스런 한끼 해결~~
마을과 지미봉, 바다길은 올레길 첫번째 코스의 일부^^
그래서 따로 올레길을 별도로 걷지는 않았다.
바다를 끼고 해변가에 넓은 평야를 가진 매력적인 마을인 종달리!
먼저 책자에 소개된 내용에 끌리긴 했지만 아마 외부인의 정착이 최근 가장 도드라진 마을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마음 한켠에 "내가 제주에 정착을 한다면!"의 관점에서 이리저리 애착을 가지고 돌아보았다. 기존에 살고 있는 토착민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우선되지 않으면 시작부터 힘들 것이다. 제주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사랑없이 흔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포장된다면 엄밀한 의미의 공존은 어려울 것이다.
'도예시선, 소심한 책방, 수상한 소금밭'등 책에 소개된 몇몇 장소를 둘러보고 인증삿을 찍은 후 바로 곁의 지미봉(地尾오름, 제주동쪽끝땅의 의미, 166m)을 가볍게 올라 정상 전망대에 서니 우도, 성산봉과 주변의 작은 오름들과 평야, 바닷가, 나즈막히 자리잡은 삶의 터전인 마을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한달내내 걷도 또 걸으면서도 단 하나의 아쉬움은 피곤함을 달래줄 시원한 맥주한잔 마음껏 하지 못한 것이다^^
계속 가져간 차량을 이용해서 떠났다 돌아오고의 연속이었고 아쉬움에 하루를 마감하며 숙소에, 가끔 주변 식당에서 가볍게 때론 양에 차게 알콜을 섭취하였다.
특히 오름을 땀을 흘리고 오른 오름정상에서 바다바람을 쐬며 시원한 맥주 한캔 간절한 순간이 많았다.
순희 어주머니는 이날 뵙지 못했고 음식도 못먹고 발길을 돌렸는데 후에 근처 오름을 찾았다.
시골 마을의 작은 식당답게 3개의 테이블을 가지고 오랜 경험을 가진 자신있는 메뉴들중 맛깔나고 깔끔한 갈치조림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종달리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모습
개인적으로 제주 오름중 최고는 바로 성산일출봉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바닷가 기생화산의 일종인 응회구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포를 갖지만
성산일출봉만큼 사면이 저렇게 급격한 경사의 성상을 갖는 사례가 없다고 해서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책방에서 관심있는 책 두권을 샀다. 그리고 제주에 머무는 동안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휴흥준님의 "제주편"은 겉으로 펼쳐지는 풍광에만 머물 수 있었던 제주의 은밀한 내면을 들여다 보고 좀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문화와 역사의 철저한 고증에 근거한 문화재의 올바른 관리의 부재에 대한 보여주기식의 부조화에 대한 따끔한 충고는 귀기울여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처음 헉헉대며 땀흘려가며 오르면서는 내부 말발굽형 분화구가 있는 구조임을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도 일몰시간 다되니 잔뜩 흐려지는 날씨때문에 멋진 일몰의 기대도 접어야 했다. 내일부터 2-3일간 비소식이 있다는데 우중에 제주를 어떻게 보듬을지 고민을 해보야겠다.
늦은 점심에 숙소 도착후 소일하다 늦은 시간에 근처에 있다는 신제주재래시장(다음지도상)을 찾아 발품을 팔았으나 못찾고 근처 중국집의 별미라는 수육짬뽕 한 그릇으로 배불리 채우고 제주의 또 하루를 마감^^
제주입도 6일차
(4/22 월) - 서해 애월바다 예쁜 카페, 해변 걷기, 선운정사의 야경
몸은 무거워 하루종일 쉬라고 하는데 꾸역구역 오후 늦게는 나가게 만드는 건 무슨 힘일까?~~
다른 날보다 많이 자고 책도 읽고 영화도 한편보고 아점 미역라면을 푸짐히 먹고 오늘은 서쪽 해안으로 출발~~
너무도 단순한 원색임에도 강렬한 아름다움^^
최근 제주시에 가까운 애월(한림)해변에 아름다운 카페가 많이 생겼다길래 그중 하나인 '봄날카페(드라마 맨도롱또똣 촬영지)'를 찾았다.
에디오피아 커피 한잔하며 책도 보며 꼼꼼히 풍경도 찍고 한담해안길도 걷고 해안 예쁜 가게들 기웃거리다 보니 금방어두워 진다.
개성적인 색상의, 가까운 바다의 매력적인 풍광
최근 제주를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들(외국인들 포함)의 지나친 난개발로 인한 제주의 고유미가 사라지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개인적으로 단계적 개발을 피한 순 없더라도 철저한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후손에게 잘 넘겨줄 수 있는 철저한 개발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저녁 끼니 걱정하며 급히 검색해서 오래된 작은 식당을 찾아 오랜만에 시원한 '갈치국'을 맛보았다.
예전에 마산살 때 자주 먹었는데 그후 기회가 많이 없었던 아쉬움도 달래고...
그냥 귀가하기에 뭔가 아쉬워 애월에서 야경좋기로 유명한 '선운정사'를 찾았다.
늘 가는 곳 절과 성당을 찾기도 하지만 이렇게 야경을 완벽히 갖춘 절은 처음이었다.
LED등의 화려한 야경은 물론 시시각각 색이 바뀌며 둑특하고 신비한 아름다움에 잠시 푹 빠져든 귀한 시간~~
제주입도 07일차
(4/23 화) - 육지방문을 앞둔 오전의 짧은 나들이: 새별오름
밤새 비가 질척이며 조금씩 뿌리고 있어서 내일 아침엔 무조건 푹쉬고 점식먹고 공항으로 가기로 했는데 결국 일찍 잠에서 깨고 가까운 새별오름으로 출발~~ 넘 부지런 떨며 잠 설치는 나자신이 밉다~~
새별오름은 서쪽에서 샛별처럼 두드러져서 부른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매년 3월초 들불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여기는 산이라고 능선이 죽 이어지는 지형이 아니라 산불문제는 심각하지 않은 모양~~ 근데 올해는 그 측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4월중순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 보류중이라고 한다.
전면에 부드럽게 보이는 오름전체가 온통 황금빛 억새풀 천지이다. 가을의 맑은 어느날 늦가을의 풍광을 즐기려 다시 찾아봐야 할 오름이다.
비는 추적추적, 바람은 쌩쌩!
해마다 들블축제 행사가 진행되는 곳이라 그런지 넓은 평원에 주차장과 임시건물들이 들어설 자리가 기본 세팅이 되어 있는 황량한 상태이다.
전면의 새별오름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돌아서 반대편으로 돌아내려 올 수 있는 간단한 구조를 가졌다. 말발굽형 오름이라고는 하나 뒤쪽으로 낮은 능선을 끼고 이어지는 또 다른 능선 사이로 얕은 분화구를 감싸고 있는 듯하다. 보이는 방향으로 두개의 봉우리와 정상 뒷쪽으로 중간 봉우리를 끼고 좌우로 낮은 두개의 개방형 굼부리를 가진 구조이다.
오른편으로 들머리를 찾으려 오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쌩하니 고라니 한마리가 위쪽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오늘 잘하며 고리니들으 더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더이상의 만남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가져온 일회용 우의를 대충 걸치고 519m의 정상을 완만하게 돌아오르는데 크게 체력적인 고민도 없이 20여분만에 정상에 오르고 능선을 오분정도 타고 크게 돌아 내려섰다. 군데군데 진달래가 조금씩 봉우리를 피우고 있는 걸 보니 5월초쯤엔 영실쪽 진달래가 제법 구색을 갖추지 않을까? 물론 그때 영실쪽으로 진달래밭을 가로질러 한라산을 탈 계획이다^^
짧지만 오늘도 이렇게 제주의 자연과 교감을 이어간다는 안도감같은 것이 밀려온다^^ ㅋㅋㅋ
아마도 어제 낮잠이 과했는지 빈둥대다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잔 기억이 없다ㅠㅠ
숙소지하 사우나를 드나드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지 않아 일찍 공항으로 출발! 제주엔 비가 내리면 도착.출발지연이 일상화된 모앙인지 벌써 10분이상 지연공지가 떴다. 넘 늦지않기를... 결국 35분 지연~~
제주입도 09일차
(4/25 목) - 청보리가 매력적인 작은 섬중의 섬 : 가파도, 상방산, 용머리해안, etc.
모처럼 뭍에서 술한잔했더니 어제는 오후에 도착해서 그냥 책읽고 티브보며 펑펑 쉬었더랬다.
그래서 아침에 비장하게 일어나 묵묵히 길고긴 일정을 대충 잡아보았다. 먼저 현장 예매만된다는 가파도 배편을 알아보고 흐린날씨 걱정을 해가며 모슬포항에 도착하니 마침 십분뒤인 10시배표가 하나빈다고 해서 무사히 빠르게 가파도 입항 성공~~
4월의 가파도는 유난히 푸른색을 띠는 계절이었다. 마침 4월엔 청보리축제가 이어지고 넓은 보리밭을 걷다 보면 길한쪽은 청보리가, 다른 한쪽은 황금빛 보리가 서로를 견제하며 누가 더 가파도에 어울리는지를 경쟁하는 듯하다.
섬 전체가 낮은 평평한 지형(섬 평균 해발이 약 10여미터이고 가장 높은 전망대가 불과 20여미터)이라 들판에 올라서면 동서남북 대강의 가파도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 온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끼리도 가파도를 돌아보는데 두시간이면 충분해서 서두를 필요없는 온전히 느린 여행을 선호한다면 가파도를 추천하고 싶다.
사방팔방 펼쳐지는 바다를 끼고 섬을 한바퀴 돌아 볼수도 있고 작은 항을 끼고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풍광을 보다 길을 바꾸어 들판위로 올라서면 까만 돌담과 예쁜 색으로 치장된 제주 특유의 시골 주택들을 운치있게 구경할 수 있다.
제주엔 어디를 가도 이렇듯 유치찬란해 보이는 원색의 강렬함이 있다.
그런데 이 것이 제주의 공통적인 전통색(파랑, 하양, 까망)과 공존하며 빛나는 아름다움을 주었다.
유난히 중국단체 관광객들을 많이 만났다.
이제 일본은 한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고객인 중국인으로 붐비는 제주를 돌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주의 많은 돈되는 땅은 모두 중국의 손에 떨어졌으며 중국화가 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도 많았다.
사드문제가 그 촉발이 되었을까? 더 이상의 중국의 제주에 대한 진출은 약간은 주춤해지거나 보합상태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황금빛 보리밭과 청보리밭의 환상적인 조화와 공존이 너무나도 눈부시고 아름답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보리밭 밭담가에 드러누워 봄바람 맞으며 보리 피리라도 불고 싶었다.
가장 빈번한 주인공은 의외로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는 하늘의 구름이었다.
변화무쌍한 구름의 형상은 늘 새롭고 질림이 없는 풍광이었다.
제주에선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돌담길은 늘 경이롭게 다가왔다.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제주에서 이렇게 헐겁게 쌓아올린 돌담이 온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히려 돌담의 엉성함이 곳곳에 공간을 내주었고 바람이 통과하는 길을 만들었고
이렇게 돌담은 긴 세월을 바람과 비를 이겨내며 버티고 섰다.
가벼운 현무암 돌담의 불완전성이 자연의 완전한 공격을 이겨내는 힘^^
올레길 방향을 알려주는 나무 화살표 안내표식과 주변의 풍광색과 친밀하게도 잘 어울린다.
제주를 두색으로 상징한 파랑(바다)와 감귤(주황)이 너무 좋은 결정인 듯하다.
지붕과 구름의 연결선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원색의 두 의자도 현무암 돌담과 무난한 조화
온통 파란색이지만 다양한 색감과 절묘한 조화로움
모슬포로 건너와 근처의 산방산의 보문사와 산방굴사, 그 아래 하멜의 제주입항 기념선박과 입접한 용머리해안의 깎아지르는 침식바위군들과 바다를 낀 길고 다양한 군상의 아름다운 풍광도 너무도 인상적! 처음엔 용두암을 또 흉내냈다고 생각한 자신의 엄청난 착각임을 확인~~
산방산은 무엇보다 그 특이한 지형의 풍광때문에 어디서 보아도 저곳이 신방산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확실한 위치를 갖는 산이다.
화산 폭발시 조면암질 용암은 점성이 커서 분출시 현무암질 용암과 같이 넓게 흐르지 못하고 화구상에서 굳어지는 특징이 있으며, 이렇게 해서 형성된 조면암의 덩어리를 용암원정구라고 하는데 산방산이 바로 용암원정구의 대표적인 오름으로 볼 수 있다. 등산에 관심이 많아서 구조는 사각기둥형의 절벽 바위로 형성되어 있지만 정상까지 산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산방산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등산로를 통제중이라 많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산방산엔 본래 굴안에 자리잡은 산방굴사가 유명했는데 이후 아래쪽에 두개의 절이 화려하고 거대한 규모의 절채로 들어섰는데 개인적으로는 산방산과 산방굴사와의 조화를 고려한 은은한 모양새의 절로 구성이 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소녀는 무엇을 소망하고 기원했을까?
산방산굴 입구 전망대에서 바라 본 용머리 해안, 하멜표류선
자연이 빗어 낸 환상적인 풍광들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 오고픈 절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다음으로 오름을 하나 오르기로 하고 선택한 송중기와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의 촬영지였던 국내최고의 람사르습지를 낀 물영아리 오름~ 너무도 자연속 무위 그대로의 날것 모습과 오름정상과 오름주변 둘레길 전부가 숲의 터널속이라 엄청난 피톤치드를 얻은 건강스러웠던 트레킹이었다.
길게 한달을 살기로 했지만 하루하루 많은 것에 대한 소소한 욕심과 알면 알수록 너무도 볼것이 많은 제주에 대한 깊어가는 지식간의 이상한 경쟁이 이어지는 아이러니~~
제주입도 10일차
(4/26 금) - 제주의 탄생신화 삼성혈, 애월 중산간 아름다운 마을 유수암리
아침에 여유롭게자고 일어나 어제 사둔 소고기랑 불려둔 미역을 볶고 물을 넣어 푹 미역국을 끓여 넉넉히 속을 채우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제주편'을 읽다 선잠을 또 잔다.
이러다 하루 다 가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 씻고 근처 탐라국 태생의 전설을 간직한 '삼성혈'을 찾았다(얼마전 문근영이 나온 예능에서 소개된) 땅에서 세명의 성씨를 가진 청년(고.양.부씨)이 땅을 뚫고 나왔다는 신화의 현장과 제를 지내는 데 필요한 시설, 그리고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무엇보다 주변의 500년 이상된 많은 노목들과 빽빽한 산림을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걸으니 금세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제주기원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선 삼성혈의 신화가 꼭 필요해 보인다.
3개성의 청년이 나타났고
바다 건너 3명의 여인을 아내로 맞아 들였고
제주말의 역사도 시작되었고
그들이 쏜 화살이 꽃힌 자리(일도, 이도, 삼도동의 기원)에 마을이 들어서서 번창하였다.
현존하는 많지 않은 실제 하루방중 가장 완벽한 미를 인정받는 상성혈 입구의 하루방
날이 잔뜩 흐려진다. 곧 빗방울이 떨어지려나?
'진짜 제주'라는 책에서 소개한 예쁜마을중 하나인 애월의 '유수암리'를 찾았다. 제주도 특유의 검은 돌담이 곳곳에 이어지고 산책로를 따라 넓은 전망대엔 초록의 잔디밭 운동장은 축구장으로 사용되고 저멀리 서해 바다도 시야에 들어선다. 집 하나하나가 개성과 자연친화적이고 유채색 선명한 색상도 푸른 숲과 꽃과 까만 돌담과의 조화도 인상적이었다.
제주 어디를 가든 마을 입구에 우뚝 선 팽나무
행운보다 행복을 먼저 주시고
덤으로 행운까지 주시면 고맙겠소^^
근처 식당을 찾아 역시 일인분의 한계에 따른 선택의 한계를 '고등어해장국'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모험을 선택했는데 비릿내도 없고 들깨로 고소함과 얼큰함에 오랫만의 대만족한 탁월한 선택~~
제주입도 11일차
(4/27 토) - 온전한 오름을 찾은 첫날 : 다랑쉬, 아끈다랑쉬, 용눈이, 그리고 비자림숲길 힐링
오늘은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을 찾아 동부 구좌읍쪽으로 상큼한 출발!
모처럼 맑게 개인 날씨덕에 기분마저 가볍다.
제주에는 약 360여개의 기생화산인 오름이 있는데 그중 많은 오름이 한라산 정상에서 중간산지대가 길게 드리운 동쪽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오름중의 최고로 평가받는 다랑쉬오름(분화구가 둥근달 형상)을 먼저 올랐다.
사실 수많은 제주의 오름중에 가장 매력적인 오름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다랑쉬를 꼽고 싶다. 특히 원추형 오름의 교과서 같은 오름으로 많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정상 능선에 오르는 길도 숲길 급경사 나무계단을 걷다가 동해 바다와 주변의 전망을 보여주는 철쭉길도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 왼편으로는 밀림같은 숲길이, 오른쪽으로는 키작은 나무하나 없는 온전한 초원길이 연결되고 맞은 편 정상에 서면 멀리 한라산의 웅장함부터 바다쪽으로 성산일출봉과 길게 드러누운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우도가 지척이다.
사실 백록담의 능선의 둘레도, 분화구(굼부리) 깊이도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지금은 완보할 수 없는 백록담 능선길을 걷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는 수많은 기생화산의 분포와 해안으로 자리잡은 풍력발전 큰 날개들이 바람에 유유히 돌아가는 경치가 있고 바로 곁에 낮은 자세로 형을 보필해 서있는 아끈다랑쉬의 진면목도 한분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특권을 준다.
그리고 아끈다랑쉬 오름 능선에서 올려다 보는 다랑쉬오름의 풍광 또한 또 다른 즐거움이다. 유난히 키 작은 오름인 아끈다랑쉬는 야트막한 능선을 올라서면 전체가 억새로 뒤덮혀 있고 깊은 분화구의 흔적만 약간 보일뿐이다. 또한 아끈다랑쉬에서 올려다보는 다랑쉬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것이 아끈다랑쉬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다랑쉬오름의 바로 앞에 자리잡은 아끈다랑쉬오름은 다랑쉬에 버금간다(아끈)는 이 오름은 봄철에 찾았음에도 오름 전체가 억새로 뒤덮혀 바람에 흔들리는 장관을 보여 주었다.
특히 가을에 다시 만나면 기대되는 풍광때문에도 나중을 기약하게 되는 오름이며 낮은 해발이라 어린아이들 동반한 산책도 가능하고 또한 굼부리도 완만하면서도 직접 능선길에 접하지 않아 상당히 안전하기도 하다.
다만 초입 짧은 흙길 경사구간이 닳고 많이 미끄러워 약간의 안전시설이 설치되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램이다. 그렇게 심각한 위험은 아니지만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한없이 아담해서 너무도 포근한 아끈다랑쉬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용눈이오름은 제주오름 사진의 대가인 김영갑사진작가의 열정적 사랑을 듬뿍 받았던 오름으로 부드러운 곡선의 능선길과 세개의 겹친 분화구(굼부리)가 너무 좋았다.
용눈이오름은 가장 대표적인 혼합형분화구를 가진 구조이면서 외형적으로 가장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어 오름의 구조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무엇이 한사람의 사진작가의 영혼까지 끌어당길 수 있었을까? 가장 작가의 마음을 끈 것은 어디서, 어디를 바라보든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는 부드러움의 미학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숨길 수 없는 개방형 오름인데도 여러 번 올라도 질리지 않을 특별함을 가진 오름이 아닐까? 특히 하얀 눈이 온통 능선길과 분화구를 덮었을 겨울에 용눈이오름의 진면목을 한번 확인하고 싶다.
용눈이 오름을 올랐다면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두목악 김영갑 갤러리(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를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그곳에서 투병으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마음에 담았던 용눈이오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한평생 제주의 자연과 함께 만든 제주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해준다.
아끈다랑쉬를 내려서서 용눈이로 가는 소로길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의 정겨운 풍광
이찌 보면 나무하나 없어보이는 벌거숭이 오름이지만
대관령의 목초지역을 보는 듯한 익숙하고 편안함이 느껴진다.
낮은 두개의 굼부리와 위쪽의 정상을 끼고 크고 깊은 분화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굼부리의 각 능선을 끼고 천천히 걸어도 십여분밖에 걸리지 않아 분화구 낮은 지역의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오름 구경을 마치고 비자림을 들리기전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지난달 찾았다 헛품만 팔았던 근처 종달리 마을의 "순희네 밥상"을 다시 찾았다.
출발전 가게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래도 확인차 가보자 해서 들려서 운좋게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고등어조림 한상을 맛있게 받을 수 있었다.
제주시 넘어가는 길에 들린 비자림은 국내 비자나무의 최고의 군락지로 그냥 종일 햇빛 가려진 원시림속의 상쾌한 산보길이었다.
경사가 거의 없는 산책로의 부드러운 흙길도 좋았고 인위적이지만 곳곳에 심얺은 철쭉이 활짝 피어 분위기를 빛나게 해 주었다.
예쁜 돌담길을 여유로이 걸으며 건강한 피토치드를 온 몸 가득 받고 채울 수 있었던 소중한 자연속 시간~~
제주입도 12일차(4/28 두번째 일) - 구제주의 낭만해변길, 사라봉과 별도봉
일요일을 느긋하게 즐기기로 하고 오랜마네 푹 늦잠도 잤다.
느긋하게 일어나 어제 사둔 은갈치(1kg 2만원)로 그럴싸하게 갈치조림을 만들어 맛있게 냠냠^^
- 쌀뜨물을 준비
- 무.양파.감자를 바닥에 잘 깔고 갈치 투척후 고추가루.담근 고추장.국간장.간마늘.설탕을 살뜨물과 함께 넣은 끓이다
- 대파.매운고추까지 넣고 푹 끓임
방안에서 아침 소화용 운동을 잠깐 하고 다시 나른한 낮잠까지 자고 나니 갑자기 맑아지는 머리를 어쩌지 못해 제주 북쪽해안에 자리잡은 사라봉.별도봉으로의 가벼운 산보길에 올랐다.
잔뜩 흐렸지만 언제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기세라 우산을 준비하고 사라봉 입구 주차장에서 산보를 시작했다.
두 산(사실 오름)은 해발차가 커지 않아 두 봉우리를 정상으로 넘은 후 별도봉 하산길끝에서 올레길 18코스의 아름답다고 소문난 해안길을 걷기로 했다.
많은 시민들이 오후의 느긋함을 산책으로 달래는 듯 붐비고 있다. 정상에 서며 바다를 보고 돌아서서 한라산 자락을 올려다 본다.
특히 사라봉 오르내리는 곳곳엔 반갑지 않은 일제말기의 잔상인 동글진지의 자국들이 많이 붕괴위험 때문에 지금은 철저히 출입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지막엔 결국 오키나와가 그들의 최후 항전터가 되었지만 잘못했음 제주의 또 다른 치유할 수 없는 역사가 될 뻔했었다.
바람은 살랑살랑, 가랑비는 오락가락 마음은 모처럼 여유롭고 콧노래까지 부르며 사라봉을 타고 이어진 별도봉까지 왼등하고 큰 기대없이 해안쪽 소로길을 접어드는데 어제 잠시 책에서 본 '애기업은 돌'로 우회해서 사라봉 하산길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올레길19 구간이었다.
제주시내 넉넉한 전경과 해안쪽 제주국제여객 터미널쪽 풍광도 멋졌지만 등산로와는 다른 해안의 잘 만들어진 산책로는 주변의 풍광과 너무도 잘 어울려 지금까지 걸었던 제주 길중 최고라고 평하고 싶다.
그리고 특히 별도봉 정상에서 사방팔방 막힘없이 펼쳐진 경치는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는데 날씨가 조금만 맑아서도 제주시내에서 한라산을 한눈에 볼 수 없음이 새삼 아쉽기만 했다.
다시 사라봉 주차장으로 돌아오기가 그래서 별도봉과 연결되는 사라봉 해안뒷길(도로는 통제중)을 걸었다.
예상했던대로 10여분 걸으니 일몰로 유명한 사라등대를 만날 수 있었다.
제주여객 터미널과 북쪽 해안 수평선과 함께 한 하얀 등대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바로 곁에 자리잡은 작은 암자인 사라암에 들어서서 바다와 등대를 한눈에 바라보는 풍광도 좋았다.
숙소에 가까이 있어 아마 두어번 정도 다시 걷지않을까 싶다.
지인들이 오면 같이 걷고 싶은 최고의 길이되지 않을까? 물론 친구들이 온다면 한라산을 같이 오르고 싶겠지만 말이다~~
저녁은 모처럼 시내 탑동 '얼큰한 김치찌개'에서 제주흑돼지 목살 김치찌개 뚝배기를 먹었다. 묵은 지의 깊은맛과 넉넉하고 고소한 뒷맛의 고기, 함께 들어간 콩나물까지 흡족했던 외식이었다. 물론 여기도 혼자서 한두번 가지 않을까 싶다.
제주입도 14일차 (4/30 화) - 동북 해안의 최고의 올레길 20코스
어제 하루는 정기휴일로 생각하며 푹 쉬기로 한 시간~~
이틀 연이어 쉴 수는 없어 올레길을 걷기로 하고 아침 식사하며 북동쪽 해안인 올레길 20코스로 정하고 출발.
아무래도 남쪽, 북쪽 아름다운 해안쪽 올레길을 먼저 선택한 건 아직 제주도 해안의 바다 풍광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기때문이다.
실제로 자주 걷다보니 바다를 끼고 걷지 않으니 다소 답답한 느낌과 함께 단조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 육지에서 제주 정착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가장 hot한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는 소식도 고려한 결정이다.
너무도 포근하고 아름다운 개소가 많다.
단지 너무 긴 거리와 시간부담에 가끔 흐려 지날 수밖에 없는 아쉬움으로 늘 남았다.
본래 쉴멍놀멍이 올레길의 주제임에도 항상 바쁜 걸음을 옮기기는 까닭은?
충분히 즐기며 올레길도 잘 찾으며 걸으면 가능할까?
여유로움은 늘 가까울 듯 멀리서 손짓을 한다^^
이날도 길을 잃어 1시간 이상 헛발품을 팔았다.
그럼에도 이 올레길 해안길과 중간중간 까망 밭담을 끼고 걷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했던 추억은
여유롭게,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제주가 아니라면 이런 아름다운 채색의 모래사장을 찾을 수 있을까?
비슷하며서도 조금씩 다른 그들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아름다움은 더 이상 없을거야 라며 돌아서면
전혀 다른 이미지로 새로운 백사장의 황홀함이 다가선다.
바다가 식상해질 즈음에 밭길을 걷게 된다.
이것이 올레길만의 더없는 장점이 아닐까?
비교적 동북쪽 해안길을 걷는 평지라 17 8km 거리도 별부담없이 시작은 했건만 등산도, 올레길도 이정표 잃고 소일하는 알바는 별차이 없더라.
유심히 살피고 또 살피며 걷는데도 일탈하기 일쑤여서 무려 6km 정도를 헛품 판셈이지만 어째튼 제주도 길을 걸었길래 큰 아쉬움은 없지만 과잉 노농의 후유증이 전혀 없지는 않다.
잔뜩 흐린 날씨라 따가운 햇살의 방해는 없었고 산들바람까지 오랜만의 올레길 탐방을 도와준다.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은 유난히 질리지 않으면서도 뭔지 모르게 차분하게 마음의 안식이 되는 길이다. 특히 밝은 에메랄드빛 해안의 풍광은 하얀 백사장과 해안선 안쪽의 까만 현무암 바위들과 조화롭다. 날씨만 좋으면 바다와 동시에 우뚝 솟아오른 한라산의 정감가는 풍광을 번갈아 보며 걷다보면 쉬 질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가는 시간이 아쉽지도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카페였다.
해안을 걷다보면 바다 잠수를 위해 준비중인 나이드신 해녀분들도 가끔 만나기도 한다. 수고많으시다고 같이 사진 함 찍어도 괜찮으신지 물으니 흔쾌히 좋으시다고 하신다. 어디서 왔냐고해서 강원도에서 왔다고 하니 제주와 강원은 자연과 사람의 끌리는 정감이 비슷해서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져서 감사하다고 담례를 했다.
조금은 말미에 잠이 그립기는 했다.
김녕서포구 시작점에서 09:30분 출발, 종점인 세화 해녀박물관 도착이 오후 3시30분, 201번 버스 탑승이 3시55분, 남흘동 버스 하차가 4시15분, 도보로 시작점 도착이 4시19분, 총23.5km의 대장정 마무리~~
이걸로 끝내기엔 뭔가 부족한 생각에 근처(제주는 모든 게 근처?)에 있는 유명 오름을 하나 찾아본다. 백약이 무효가 아닌 백가지 진귀한 약초가 지천에 깔렸다고 '백약이오름'으로 불리는 오름~~
제주도 오며 오르기 대상 베스트5에 올랐던 오름이었는데 조금 늦은 오후,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수많은 약초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전문가만 알일이다~~
그냥 산을 오르는 입장에서 보면 해발 고도차는 크지 않지만 급경사가 아닌 지그재그 계단길로 큰 부담도 없고 넓고 큰 분화구와 분화구 주변 둘레길도 넓은 잔디길과 여유롭게 좌우로 무성한 소나무 군락도 인상적이었다.
넓은 산책길의 부드러운 오르내림과 정상에 섰을 때의 주변의 많은 오름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제주의 시간이 이 낮설지 않은 오름의 만남을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한달의 여유로운 제주살기 도전임에도 하루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 쉽고 시간을 생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빨리 걷고, 바삐 사진찍고 쉼없는 바쁨의 시간이 그냥 흘러가고 만다. 아마 제주에 살아야 조금은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제주입도 15일차 (5/1 수) - 가벼운 트레킹 석굴암, 어승생악
어제 좀 빡센 일정으로 오늘은 나름 여유롭게 시작하기로 하고 점심전 우당도서관에 책 반납차 방문!
제주 구석구석 공부하느라 엉뚱한 책 읽느라, 여행다니느라 바빠서 많이 읽지도 못했다.
오늘은 한라산 주변에 가까이 가보기로 하고 석굴암과 어생승악을 올랐다.
각각 1.5km 1.3km거리의 길지않고 급경사 구간도 짧아 산보하듯 산림욕하며 오르고 충분히 쉬고 내려왔다.
석굴암은 경주를 생각하며 기대가 너무 컸는데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어승생악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백록담과 주변의 오름들과 넖게 펼쳐진 초록의 부드러운 능선길은 다음 등산에 대한 의욕을 다지게 만든다.
워낙 넓고 평평한 분화구라 그런지 관심있게 보는 사람도 없지만 분명한 말발굽형 오름이다.
조금은 피로함에도 못가본 제주국립 박물관을 찾았다. 제주의 역사를 훑어보고 마침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제주를 비추다'를 주제로 기획전이 열리는 전시실을 찾았는데 다소 낮선 주제임에도 과학적인 근거와 함께 오랜 역사에 걸쳐 다양하게 '노인성'에 대한 기록들이 남아 있고 특히 제주도에서 노인성을 볼 확률이 높은 이유로 많이 찾는다는 사실도 신선했다.
생소했던 노인성의 정체!
세계에서 제주에서의 노인성이 가장 밝고 아름답게 관측된다고 한다.
슬기로운 우리네 조상은 오레전에 노인성의 존재를 알았고
다양한 작품속에 노인성을 이야기 하고 존재를 알리고 존중하였다.
제주입도 16일차(5/2 목) - 우도, 성산일출봉
오늘은 제주도섬속의 섬으로 알려진 우도로 간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성산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 50분! 부랴부랴 매표우소로 달려가 운좋게 11시출발 배편을 구했다.
우도는 올레길 18-1코스가 만들어져 있어서 일단 올레코스로 섬을 일주하기로 했다.
여유로운 일정으로 제주도 주변의 섬들을 하나씩 찾으면서 느낌은 찾는 섬 모두 공통적인 제주만의 풍광을 보여주지만 어느 하나 천편 일률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어느 섬을 무작정 찬양하려고 하는 형식적인 표현이 아니다. 푸른 바다, 까만 바위 & 하얀 모래사장, 이국적 분위기의 바닷가 야자수 나무들, 파란 청보리밭과 현무암 까망 밭담길, 곳곳에 아름다운 카페등등등
아마도 우도의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역시 하고수도 해수욕장이 아니었을까? 휴대폰 밧데리때문에 편의점에서의 시간 지연도 있었지만 해수욕장앞에 위치한 아름다운 카페에서의 바다를 내다보면서 먹었던 땅콩아이스크림 맛과 이국적 휴양지 분위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쉬었던 편암함이 좋았다.
맑은 날씨덕에 바다 건너편성산봉과 지미봉, 그리고 저멀리 한라산 정상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푸른 바다와 하얀 구름, 개성있는 해수욕장들, 넓은 들판의 밭엔 한창 밭농사가 한창이라 눈이 심심할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바다 풍광과 맞은 편 성산봉의 위용, 그리고 아름다운 등대, 엄청난 규모의 분화구 한켠에 자리잡은 호수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우도봉을 내려서며 각국의 대표적인 등대들의 축소 모형들 구경, 광할한 초원과 유유히 거니는 말들, 그리고 엄청나게 불어대는 강풍도 우도의 강렬한 기억으로 나겠다.
제주입도 17일차 (5/3 금) - 돌문화공원, 제주 4.3 평화공원
제1코스
제2코스
제3코스
어제 혼술을 좀 급하게 마셨는지 아침에 제법 피곤함과 술내음이 계속 난다. 오전엔 푹 쉬기로 하고 남은 김치찌개에 밥을 넣고 끓여 간단 아침식사를 한다.
비몽사몽 빌린 책을 읽다보니 사우나 생각이 간절해 지하 목욕탕으로 내려가 냉탕.온탕을 오가며 정신을 차리고 오늘은 문화.역사 탐방 주제로 첫번째 목적지인 제주돌문화공원을 찾았다.
마침 5월 한달 입장료면제 안내에 괜히 기쁨이 깊어진다. 전반적으로 넓은 구릉지. 초원에 제주 특유의 활엽수 숲으로 그늘길 코스가 연결되어 아득한 느낌이 들고 맑은 공기로 괜히 상쾌하다.
제주도 창조 신화의 주인공인 설망대할망과 오백자식들의 흔적인 오백장군상의 적절한 주제를 잘 살려 전체 돌문화공원을 잘 꾸몄고 제주 특유의 화산석을 활용한 정원꾸밈용으로 발전시킨 석부작(돌에 이끼.식물을 기른)과 호수석과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어째튼 신화에 불과하지만 제주 사람들에게 신화는 바로 그들의 존재에 대한 자부심의 시작이 되었음 좋겠다.
숙소로 들어 쉬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릴 즈음에 4.3은 오늘 가야되는 숙명적 사명감이 당연한 듯 나를 이끌었다. 마침 대강당에서의 4.3의 역사에 관한 비디오 상영을 먼저하며 숙연해진 분위기를 넘어 가슴이 쾡해지며 계속 눈물이 방울방울 흘려내렸다.
많이 늦었지만 정부의 공권력의 부당한 사용에 따른 엄청난 순수 제주도민의 희생에 대한 공식적 사과와 함께 그 동안 한쪽의 일방적 시각으로 잘못 알려졌던 정확한 4.3의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의 아픔을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 1948년말부터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까지의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만행의 실증 자료들을 둘러보는 내내 가슴 한켠에 전해졌던 막막함과 슬픔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막연하나마 방향에 대한 작은 의지를 다졌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행방불명된 사랑들을 위한 표석과 희생된 사람들의 명단을 새긴 각명비, 위령제단과 위패봉안실에서 다시한번 울컥하며 눈앞이 흐려져 다시는 이런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말아야 되고 그러기 위해 두눈 부릅뜨고 감시를 소홀하지 말아야 겠다는 작은 마음의 약속을 다짐해 보았다. 부디 영면하시고 좋은 세상에서 다시 나시길 기원해 본다.
제주입도 18일차 (5/4 토) - 폭포's Day, 서귀포 자연휴양림
담주 백록담 등산에 대비 털진달래를 기대하며 찾은 영실탐방소! 토요일 오전10시경이라 매표소에서부터 차량이 꽉 막혀 요지부동이다. 매표소에 물으니 토요일이라 등산로입구 주차장이 차서 더 이상 차가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제주 장기 거주하며 이런 생각도 못하다니 자신이 한심스럽다.
그럼 담주 평일 오르기로 하고 엉또폭포로 향하는데 문득 시야에 들어오는 서귀포 자연휴양림 입구 안내판을 보고 휴양림으로 변경해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지난번 들렀다 안개가 짙어 안전을 이유로 폐쇄된 아픔을
만회할 생각으로 가장긴 숲길체험로 약5km를 찬찬히 산보하였다. 거의 대부분의 숲길이 거의 하늘과 햇빛을 직접 볼 필요가 없는 짙은 산림지역이라 건강한 피톤치드를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여 상쾌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고 특히 편백나무숲의 야영장 넓은 평상에서의 달콤하고 건강했던 휴식은 최고의 백미~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엉또폭포로 다시 출발!
엉또폭포는 비가 내려야 폭포수가 떨어지는 전형적인 마른 폭포이다.
비록 물은 없었지만 높은 절벽과 원시림 수준의 빽빽한 숲으로 둘러쌓인 풍경은 충분히 볼거리였고 바로 곁의 엉또산장 사장님이 마련한 무인카페서 초코파이에 믹스커피 한잔의 여유와 음악으로 귀를 호강하고 정방폭포로 향한다.
마침 정방폭포 근처에 수묵 이왈종미술관이 있고 그림의 이미지가 너무도 따뜻해 먼저 미술관을 찾았다.
이왈종화백은 수묵화를 전공한 동양화가이지만 담백하고 친근한 주제를 그림.판화.도자기.설치예술등 다양한 분야느 적용하고 있는 유명화가로 알려져 있다.
개성있는 미술관의 기본 설계를 화백이 직접 도자기로 만들어 미술관을 짓게 했다고 하며 정원 곳곳에 그의 나무를 이용한 그림과 함께 작은 제주 밭담으로 구역을 나누고 다양한 식물과 꽃들을 가꾸고 있어 제주 자연을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전시된 다양한 장르의 작품세계는 물론 작업실과 명상실까지 공개해서 일반인의 궁금증도 풀어주고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하는 화가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특히 서귀포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설치된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흥미로웠다.
옛날에 들렀던 정방폭포와 천지연은 리뷰를 여유롭게 할 수 있었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정방폭포까지 덤으로 꼼꼼히 찾아서 즐길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소정방폭포
정방폭포
천지연폭포
늦게까지 여행하느라 지치기도 했고 서귀포에서 일박을 생각하며 검색한 호텔 일박 26000원 상품을 횡재하는 핑계로 저녁(갈치조림)과 휴식을 서귀포에서 보내기로 했다. 내일은 일요일이지만 새벽같이 출발해 영실오름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행운이 함께 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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