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의 유명한 생태해설가이신 김부래선생님을 모시고
동강 지킴이로 활동하고 계신 이수용선생님과 함께
역사와 문화, 생태가 함께 어울린 늦가을 탐방길에 나섰다.
오늘은 만항재에서 운탄고도길을 차로 이동하며 혜선사를 들리고
만항재에서 간단한 점심과 함께 막걸리 한잔으로 몸을 예열한 후
함백산에 이르는 중간탐방로를 걸어보기로 했다.
운탄고도는 1960~1970년대 능선길 칠팔부능선 곳곳에
자리잡은 탄광에서 채굴한 석탄을운반하기 위해
1000미터 이상의 높은 해발에 자리잡은 도로로 만항재에서 영월 상동까지 이어진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하면 내려서 풍광을 확인하며 사진도 찍었다.
모르는 게 뭘까 싶을 정도로 산과 길, 숲과 나무, 동물들, 사람들의 생활사까지
술술 터져나오는 김선생님의 해설을 듣다보면 지루해할 시간이 없다.
운탄고도길 좌측으로는 영월, 우측으로는 정선으로 구분되는데 영월 상동에서 재를 넘어 엄청난 칡넝굴을 캐며 현재 정암사터에 이르렀는데 그 자리에서 그 많았던 칡넝굴이 사라졌고 그래서 그 곳에 정암사를 세웠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리고 그 때 넘었던 재 주변의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이 없었는데 김부래선생님께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고찰하여 2000년대초에 1453M봉에 정암산이라는 이름을 붙혔고 현재는 산악인들에게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아래 지도에 정암산이 보이고 그 고개 너머 정암사도 보인다)
혜선사 주변 도로 좌우로 물이 충분히 고여있는 작은 도랑(식수 및 빨래터)들이 아직 남아 있고
마을과 집이 가득 들어섰던 평평한 넓은 숲이 그 옛날의 붐비던 탄광촌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혜선사 가까운 길 좌우로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물길이 드문드문 보였고 그 곳에 집을 짓고 많은 탄광촌이 형성되었으며 아이들을 위한 학교(봉암국민학교)가 있었을 정도라하니 그 규모가 짐작이 갔다.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라는 지명의 유래도 말씀하셨는데 자장법사가 상동 본구래를 아홉번이나 찾았다고 해서 구래리라는 지명을 얻었다고 한다. 정암사를 창건한 자장의 꿈에 문수보살로부터 "갈반지(曷盤地)에 절을 지으라"고 를 알려준 배경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절터를 찾아 다니다 큰 칡넝쿨위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그 칡넝쿨이 영월을 넘어 정선까지 뻗었다고 하며 그 터가 현재 정암사 자리라고 한다. 문수보살이 이른대로 칡넝쿨이 기반이 된 땅을 찾은 셈이다.
혜선사 삼거리에서 잠시 기념 조형물을 감상하며...
여기서 계속 하이원 방향으로 난 임도길을 걸으면 화절령까지 이어지는데 그 거리가 약 40KM가 넘는다.
오늘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만큼 혜선사를 둘러보고 만항재로 다시 차로 돌아가기로 한다.
혜선사 주지스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김부래선생님!
한창때였던 옛날에 주변의 많았던 집들과 학교, 그리고 출물이 잦았던 늑대이야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신다.
젊었을 때 오셔서 이곳에서 벌써 오십년째 머무르고 계신다고 한다.
주변에 낙엽송이 많이 식재되어 자라고 있는데 내년에는 모두 벌목을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하시며 아무 쓸모가 없는 나무라 속이 시원하다고 하신다. 왜 이렇게 일본잎갈나무는 미움을 받고 있는 걸까 생각이 들었다.
눈에 익은 이 나무는 층층나무과의 말채나무이다. 자세히 보면 올해 새로난 새로운 가지는 유난히 붉은 색을 띠고 있어 이채롭다. 옛날에 말채찍용으로 사용되어 말채나무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최근 빼빼로 나무로 불리며 여자들의 다이어트에 약효가 있다고 한다. 말채나무는 잎맥수가 4~5개로 6~7개인 층층나무보다 잎맥수가 적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늦가을이라 마른 잎들까지 다 떨어졌는데 자세히 보니 열매가 아직 붙어 있다.
여름에 자주 볼 수 있었던 고추나무 열매속의 콩같은 씨를 볼 수 있다.
고추나무는 재질이 단단해서 나무못, 젓가락, 나무그릇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가벼워서 심마니용 지팡이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깊은 산속에서 심마니끼리 수신호는 이 지팡이로 주변 나무를 길게 세워 두들겨서 소리를 전달하여 위치 파악을 했다고 한다. 명아주나무와 마가목도 예전에 지팡이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다시 차로 만항재로 이동을 하고 휴게소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만두국과 감자전을 시키고 시원한 영탁막걸리 한순배로 입을 적셔 본다.
이곳 휴게소도 김선생님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휴식과 간단한 음식이 제공되는 공간으로 확장을 했다고 한다.
김선생님이 식사후 은밀하게 우리를 뒷길로 안내를 하신다. 이 지역이 복수초의 군락지인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신다. 특히 복수초는 겨울이 한창인 2월전후로 눈속에 피어있을 때 더욱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고 하시며 꼭 내년초에 들러서 좋은 사진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하신다. 이수용선생님은 사진 전문가라 유난히 눈이 반짝이며 내년을 기대하시는 눈치이다.
복수초(福.壽.草)는 미나리아재비과 복수초속에 속하는 식물로 학명은 Adonis amurensis인데 우리말로 '청년의 피'로 본래 붉은색 꽃이나 우리나라 서식종은 대개 노란색을 띠며 얼음꽃, 측금잔화 등으로도 불린다. 한자로는 福(복 복) 자에 壽(목숨 수) 자를 쓰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자를 착각해서 復讐로 알고 있다.
꽃이 황금색 잔처럼 생겼다고 측금잔화(側金盞花)라고도 부르고, 설날에 핀다고 원일초(元日草),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설연화(雪蓮花)[2],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난다고 눈색이꽃, 얼음새꽃이라도 부른다. 강원도 횡성에서는 눈꽃송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특이하게 꽃말이 동서양이 다르다, 동양의 경우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며 서양의 경우 꽃말은 '슬픈 추억' 이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만항재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마지막으로 창옥봉을 거쳐 함백산 입구 도로까지 걸으며 식생공부를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황량히 가지만 남은 것들도 척 보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건 잎이 다 떨어진 키버들이라고 한다. 겨울에는 잎과 꽃, 열매조차 볼 수 없는데도 알아보려면 얼마나 공부를 해야하는지 생각하다보면 머리가 지끈거릴려고 한다.
키버들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생활 속 자원식물로 유용하게 쓰인 나무이다. 가지나 줄기는 각종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재료였다. 곡식을 까부르는 데 필요한 키나 생활용품으로 이용되는 광주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크게 자라는데, 베어 쓰더라도 다시 새로운 줄기가 자란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키버들)]
이건 또 다른 버드나무과의 호랑버들나무이다.
호랑버들은 ‘호랑이의 버들’이란 뜻이다. 겨울눈이 붉은빛으로 뚜렷하고 약간 광채가 나므로 ‘호랑이 눈 같다’고 하여 호랑버들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일반인들 대상으로는 절대 정력제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하시며 슬쩍 일러주시길 정력에 좋단다~~
본줄기의 바싹 마른 날개를 띁어서 맛을 보라고 한다. 마른 풀향이 나긴 하지만 잘 부스러져 먹을 수 있으니 구황작물로 사용이 가능할 것도 같다. 봄에 나는 새잎은 나물로도 먹는다고 한다.
줄기와 수피만 보시고 이름을 맞춰보라고 하신다. 단풍나무! 땡~~ 당단풍이라고 해서 몇개로 갈라졌는지 헤아려 보았다. 9개같은 11개로 잎이 갈라지니 당단풍이 맞는 것 같다. 11개는 전형적인 울릉도 섬단풍이지만 대개 9~11개로 한두갈래 편차를 보이기도 한다.
휑하니 열매만 남으니 분간하기 쉽지가 않다.
아래와 같은 잎을 봐야 분간을 할텐데 말이다^^
노린재나무란 이름은 황회목(黃灰木)에서 유래되었으며, 특별한 쓰임새가 있다. 자초(紫草)나 치자 등 식물성 물감을 천연섬유에 물들이려면 매염제(媒染劑)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린재나무는 전통 염색의 매염제로 널리 쓰인 황회를 만들던 나무다. 잿물이 약간 누런빛을 띠어서 노린재나무란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에는 숲속의 수많은 이름 없는 자그마한 나무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천에 물감을 들일 때 꼭 필요한 귀중한 자원식물이었다.
모든 종에는 독성이 강한 아코니트(aconite)가 들어 있는데, 옛날에는 이를 해열제로 썼다(→ 열). 아코니툼 나펠루스는 유럽 중부가 원산지로 이들 지역에서는 해열제의 원료로 특히 중요하다. 한국에는 투구꽃·바꽃속·진범을 비롯하여 20여 종이 있다.
투구꽃류의 열매를 골돌이라고 부르는데 3~5개로 다양한 종의 형태로 존재하며 모양은 타원형이다. 독을 품고 있는 식물들이 역설적으로 약으로 긴요하게 쓰임새가 있다고 하며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료제로의 효용성에 대한 한국 의료계의 깊은 관심과 연구가 아쉽다고 말씀하신다.
짚신나물과는 탁엽의 형태가 다르다고 한다. 짚신나물이 턱잎이 줄기를 완전히 감싸는 반면 산집신나물은 턱잎이 줄기를 감싸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짚신나물은 예전부터 뛰어난 염증 치료제로 오랫동안 사용되었다고 한다.
짚신나물은 암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다.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 사전>에는 “이 식물을 위암·식도암·대장암·간암·자궁암·방광암 등에 쓴다.”고 적혀 있다. 짚신나물은 예부터 민간에서 지혈제로, 또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으로 더러 써 왔다. 아메리카의 인디언들도 신장병·간장병·관절염 등에 치료약으로 썼고, 유럽에서도 위궤양·장염·설사·출혈 등에 효험이 있는 약으로 기록하였다.
대표적인 독약으로 잘 알려진 투구꽃의 하나인 진범이다. 옛날 사극에서 사약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목화석은 나무가 화석으로 변한 것인데 색깔도 아름다운 보라색이라 제법 아름다워 보인다. 수억 년 전부터 오랜 세월 흙 속에 조용히 갇혀 지내던 나무숲과 동물들은 목화석과 화석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주변에 다양한 형태의 목화석을 볼 수 있었다.
등산로 주변에 산철쭉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정선 반론산의 산철쭉은 줄기의 굵기가 약 1M정도로 크게 성장한다고 말씀하셔서 철쭉도 그렇게 가늘고 야리여리한 이미지만은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천연기념물 제348호. 면적 96,450㎡. 철쭉나무는 높이 5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78㎝로, 지면부의 둘레보다 가슴높이둘레가 다소 굵다. 나무의 나이는 200년 정도며 수관(樹冠 : 나무의 줄기 위에 있어 많은 가지가 달려 있는 부분)은 동서가 6.9m, 남북이 6.7m이다. 주변은 신갈나무의 숲으로 다래덩굴과 미역줄나무가 얽혀 있으나 바로 근처에는 나무가 없어 빈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주변의 신갈나무가 바람을 막아왔기에 자유롭게 자랐다고 본다. 근처의 숲속에서 자라는 철쭉나무들은 이보다 작아서 높이 4∼6m, 밑부분둘레 24∼53㎝이지만 역시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크기이다.
날카로운 세개의 가시가 선명하다.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식물들의 보호장치이다.
등산로 주변으로 분비나무가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데 몇년전에 김선생님 주도로 식생주사를 진행하였고 나무마다 띠를 불러서 분비나무를 다고 하는데 표시하였다고 한다. 분비나무는 분피가죽에 하얀색 염료로 사용되어 분비나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가문비나무는 검은색 염료로 사용되어 검은색을 뜻하는 가문비나무라고 불렸다고 한다.
천천히 식생공부를 하며 함백산 입구까지 왔더니 저멀리 해가 기울어가는데 공기 분위기가 급격히 차가워진다. 포장도로로 걸으면서도 이 지역의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하시는네 일일이 다 기억을 할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하다.
차를 타고 화방재로 이동하면서 장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예날부터 전국에 3대오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영월 상동의 꼴두바위렸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꼴두바위 이야기도 들려 주셨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이 1580년(선조 13)경 강원도관찰사가 되었을 때 강원도 땅을 두루 돌아보다가 영월 꼴두바위 앞에 이르러 “먼 훗날 이 바위 때문에 심산유곡인 이곳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바위를 우러러볼 것이다.”라 말하였다 전해진다. 그의 말처럼 1923년 바위 인근에서 중석(重石; 텅스텐) 광산이 개발되어 전국에서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꼴두바위 뒤쪽 골짜기에는 지금은 폐광이 된 대한중석(주) 상동광업소가 있었다.
꼴두바위에는 아이를 못 낳아 시어머니에게 갖은 구박을 받던 며느리의 애달픈 전설도 전해져 내려온다. 꼴두바위에서 득남을 기원하며 100일 치성을 드리던 여인이 100일을 못 채우고 목숨을 잃었는데 하늘은 이 여인이 아이를 잉태하는 대신 꼴두바위로 하여금 중석을 잉태하게 했다는 것이다. 바위 아래에 서낭당이 있으며, 해마다 9월 꼴두바위축제가 열린다.
하루종일 해설하시랴 고생하신 김부래선생님과 또 안전하게 운전으로 우리를 잘 안내해주신 이수용선생님께 너무도 감사한 뜻깊은 하루였다. 반드시 눈내린 날 아름다운 복수초 사진을 꼭 담아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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