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리산 종주
누구랑? : Hur, Seo, Jun, Jang 총 4명
등산코스 : 성삼재~노루목~반야봉~천왕봉~치밭목~새재(총 35.3km)
일시 : 6/15~6/17(2박 3일)
등산지도
등산후기
1일차(6/15 금요일) 성삼재~노고단~노루목~반야봉~연하천(15.2KM, 6시간 50분)
포항에 있는 Jang을 pick-up하려 6/14 저녁 포항으로 이동하여 저녁식사와 간단한 반주를 끝내고 밤 늦게까지 Seo가 준비해 온 물품 확인 및 정확한 배분을 마치고 자정경에 짧은 꿈나라 여행. 새벽 3시경에 일어나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서둘러 출발하여 1차 목적지인 산청 대원사 도착. 택시로 갈아타고 성삼재로 이동하여 국립공원입구에서 인증샷한 시각이 8시 50분!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짙게 깔려서 걷기에는 편하겠지만 아름다운 6월 지리의 풍광을 못 보게 되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크게 심호흡 한번하고 노고단으로 출발. 확실히 노고단 가는길은 등산 초입의 어려움없이 몸을 서서히 예열시키기에는 안성맞춤! 노고단에 도착하니 밤열차 타고 화엄사를 출발하여 먼저 도착한 Jun과 합류하여 함양서 사온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끝내고 노고단 고개로 향한다. 노고단 고개에서는 바람까지 불어 제법 쌀쌀함이 느껴질 정도.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 산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염려 반, 설레임 반의 기분으로 총총 울창한 초입 숲길로 접어 든다. 바람이 불면서 나뭇잎에 맺혀 있는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니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
항상 첫 출발 1~2시간은 호흡과 충분한 예열전의 다리 근력의 조화를 맞추는 게 가장 급선무! 한두 번 짧은 호흡 고르기가 끝나자 산행이 많이 편안해진다. 중간중간 전망대를 지나지만 운무로 시야엔 지리의 능선과 계곡은 볼 길이 없다.
노루목에 도착하니 두 명(Seo & Jun)은 이미 반야봉 올랐다며 빠지고 할 수 없이 Jang과 둘이서만 배낭을 두고 빠른 걸음으로 반야봉으로 향한다. 초입부터 나타나는 경사진 계단길을 껑껑대며 한참 걸은 것 같건만 이정표에는 불과 200M 전진! 중간에 평탄한 길이 한두 번 이어졌지만 전반적으로 경사도를 고려할 때 장거리 종주 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급 후회!^^ 정상에 서니 구름에 가려 평소 아름답다고 소문난 풍광은 전혀 볼 수 없다. 인증 샷을 날리고 급히 하산하여 추위에 떨고 있는 두 사람과 합류하여 다시 출발한다. 삼도봉에 이를 즈음 가늘게 뿌리던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진다. 급히 배낭 커버를 꺼내 배낭을 감싸고 우의를 꺼내 입는다. 우중 산행은 특히 힘들게 느껴진다. 몸에서는 땀이 흐르고 빗물은 모자를 타고 끊임없이 눈으로 흘려 내려 시야를 가로막고 등산로 길은 질퍽거리고 돌길은 물과 흙으로 자주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화개재를 지나도 빗줄기는 여전하다. 이제 다들 우중 산행 모드에 적응한 때문일까? 생각보다 여유롭게 연하천 도착전 마지막 오르막길을 무사히 넘어 조금 이른 시각인 오후 4시경에 오늘 숙박지인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 비가 내리니 비를 피해 저녁 거리를 준비하다 보면 조금 나쁜 일기로 약간의 짜증이 밀려든다. 하지만 어차피 종주가 우리의 선택이라면 이 또한 종주의 일부 일뿐이라며 위안하며 부지런히 삼겹살을 꿉고 김치찌개를 끓이며 우리들의 2년만의 지리산장에서의 쏘주 파티가 시작된다. 먹는 것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맛과 분위기에 고조되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피로도 조금은 가져지는 기분이 든다. 저녁 설겆이를 마치고 잠자리 들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비내리는 산장을 벗어나도 할 일도 없고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
▼ 성삼재 초입에서 긴장된 출발 인증샷
▼ 연하천 대피소
둘째 날(6/16 토요일) 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13.3KM, 충분히 쉬며 약 8시간)
새벽녁에 몇 번 잠에서 깨어 바깥바람을 쐬려 나가는데 비는 벌써 그치고 안개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어 오늘 좋은 날씨를 은근히 기대해 본다. 계획보다 이른 시각인 5시에 일어나니 산장 주변에 낮게 안개가 자욱한데 일단 비가 그친 게 다행이다 싶어 라면과 햇반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안개 사이로 밝은 기운이 살짝 비추기 시작한다.
연하천을 떠나려는 데 부분부분 햇살이 나타나며 둘 째날 산행을 가볍게 해준다. 은근히 내일 천왕봉에서의 일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긍정의 바이러스에 빠져 본다^^ 전체적으로 날씨는 맑아 졌지만 전망대 곳곳에서 내려다 보는 지리는 아직 온통 운무에 휩싸여 속살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햇살은 다소 따가워졌지만 전반적인 산행이 숲길을 걷는 코스이다 보니 오히려 간간히 부는 시원한 바람에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이 부지런히 걷는다. 형제봉에 이르니 주변 운무가 다 걷혀 너무도 풍광이 청명하다. 가까이 벽소령 대피소도 보이고 저 멀리 천왕봉의 자태가 한눈에 쏘~옥 들어 온다. 벽소령에 도착하여 그늘에 잠시 앉아 간식거리를 먹는데 주변에 벌써 낮 익은 모습이 많이 눈에 들어 온다. 이 사람들은 이제 종주내내 자주 보고 인사할 사람들이다. 그냥 얼굴만 익혀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산행이 그래서 좋다^^
벽소령에서 세석까지는 지속적인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능선을 좌우로 크게 흔들며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돌계단과 철계단을 오르다 보면 자연히 호흡이 거칠어지고 근력도 점점 약해져 가는 기분이 든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자 전망이 확 트인 영신봉 전망대에 올랐고 천천히 내리막길을 걸어 세석 대피소에 도착하여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인 전투 비빔밥을 준비한다. 바로 곁의 단체 등산객(대부분 아줌마)이 우리 점심꺼리를 걱정스럽게 보시며 이것 저것 반찬과 음식을 챙겨주신다. 이럴 땐 꼭 군생활 중 운 좋게 민간식을 얻어 먹는 뿌듯함이 밀려옴은 어쩔 수 없는 건가? ㅎㅎ
장터목까지의 산행은 거리나 코스가 부담되지 않아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서 쉬엄쉬엄 걷기로 했다. 확실히 재작년 1박 2일 산행 시 첫날 세석 대피소 전후 연결되는 오르막길을 걸으며 체력의 한계를 실감했던 기억에 지금의 산행은 정말 여유로운 기분마저 든다. 시간과 거리에 목숨거는 산행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을 새삼 실감한다. 중간중간 좋은 풍광은 카메라에 담아 가며 이른 오후 4시경에 장터목에 도착. 벌써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장터목은 지리산 최고의 시장터답다. 벌써 한켠에 비박 준비를 하는 사람들. 수많은 단체 등산객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떠들썩하게 즐기고들 있다.
살짝 안개가 바람에 흔들리며 제법 쌀쌀한 분위기가 염려되어 취사장 안쪽으로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또 다시 삼겹살의 향연을 준비한다. Jun이 특별히 집에서 준비해 온 김치찌개용 양념에 통조림 꽁치를 넣고 끓이니 옛날 학창시절 캠핑가면 늘 단골 메뉴였던 그 찌개의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마지막 만찬이라 더 술 맛도 좋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끝없이 이어진다. 최근 가뭄이 이어지며 각 샘터마다 물 사정이 좋지 않다. 마침 운 좋게 일찍 샘터에서 충분한 식수를 준비할 수 있었는데 곁의 아가씨 둘이 저녁을 준비하며 식수를 충분히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기사도 정신으로 여유 있게 준비해둔 식수를 건네주는데 눈치 빠른 아가씨가 사홉들이 쏘주 한 병을 그냥 주신다. 그러면서 우리가 농담으로 막네인 Jang에게 중산리로 내려가서 모자란 쏘주를 구해오라고 구박을 주는 게 마음에 걸렸다나 만다나?^^ㅋㅋ 이러다 처녀총각 눈 맞는 건 아니겠지? ^^ 어째튼 술자리는 더 유쾌해지고 이야기는 더 무르익어 간다.
대피소 내 잠자리를 확인하는 데 확실히 연하천 대피소에 비해 짐을 놓은 공간도 충분해서 내일 새벽 이른 출발을 대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술에 잔뜩 취한 등산객 한 분이 바로 옆자리에 눕자마자 온갖 화음의 코골이가 시작되어 주변 사람들을 긴장 시킨다. 결국 밤새 잠자리를 뒤척이며 깊은 수면이 힘들어져 몇 번씩 깨어 잠 부족 상태에서 마지막 날 산행을 할 수 밖에!
▼ 연하천 대피소
▼ 벽소령 대피소
▼ 세석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마지막 날(6/17 일요일) 장터목~천왕봉~치밭목~새재마을(10.5KM, 약 6시간 반)
훨씬 이른 시간인 새벽 2시 반경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바깥 볼일을 보고나니 벌써 여기저기서 이른 등산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숙소는 어수선하다. 동료들은 아마 코골이 아저씨 때문에 늦게 잠을 청했는지 예정된 시간을 채워 기상하여 4시경 어두운 등산로를 밝히며 촛대봉으로 출발.
어제밤 다소 지나쳤던 알코올 여파일까? 살짝 오르막길 초입부터 다들 힘들어 하는 눈치다. 찬찬히 촛대봉으로 오르는 데 시원한 새벽 공기가 너무나도 좋다. 저 아래 출발을 준비하는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과 우리 뒤를 따르는 사람들의 렌턴 불빛이 발걸음을 재촉 한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촛대봉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인 천왕봉 정상 산행을 시작한다. 촛대봉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약 1.5KM코스는 결코 가볍지 않다. 몸도 힘들고 호흡도 많이 거칠어 지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긍정적 의지가 쉼 없이 바위 길을 오르게 만든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4시 50분! 좋은 전망대를 잡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간다. 정상에 서니 하늘은 너무도 청명한데 지평선 아래로 길게 드러누운 운무들이 우리의 설레이는 일출을 잘 연출해줄까? 정상에 부는 차가운 칼 바람이 심상치 않지만 조금씩 붉은 기운이 짙어가는 지평선을 바라 보며 다들 숨죽이며 카메라를 눌러 대고 있다.
마침내 붉은 햇살이 구름을 뚫고 살짝 수줍게 인사를 하더니 서서히 힘차게 솟아 오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감탄과 환호성이 가득하다. 일년 중 이렇게 완벽한 천왕봉 일출이 몇 번이나 가능한가? 여기 있는 우리는 정말 지리산의 정기를 그대로 받아가는 운 좋은 사람들이 아닐까? 그 와중에 짧은 반소매, 반바지, 칠보바지 차림의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추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고 그들도 환희와 기쁨의 표정을 보면 진정 지리산이 주는 그들만이 받을 수 있는 “청춘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해는 벌써 저 만큼 솟아 올랐는데도 막상 하산하려니 아쉬움이 밀려 온다. 천왕봉 주변 풍광을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으며 단체 인증샷을 마지막으로 대원사 방향으로 총총 하산길에 오른다. 치밭목까지의 4KM 신행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쪽 하행길이 지겨울 정도로 완만하다고 잘못 알았다는 것을 30분 정도 급경사 바위길을 빠르게 걸으며 느낀다. 3KM까지는 급한 경사를 한창 내려가다 또 급경사의 봉우리를 하나씩 넘어가며 마지막 날 체력의 한계가 느껴 진다. 속도를 조금씩 늦추어 보지만 다들 힘들어 하며 자주 물을 마시고 간식을 먹어 가며 고비를 넘긴다. 처음으로 찾은 치밭목 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먼저 부족했던 식수를 샘터에서 길러 오고 남은 라면과 햇반, 김치를 한꺼번에 넣고 김치라면밥을 완성해서 쏘주를 한잔 마시니 새벽부터 밀려들었던 피로가 조금씩 풀어지며 한층 여유가 돌아 온다.
치밭목에서 새재까지의 등산로는 지속적인 바위길이긴 하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돌계단의 정비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 총총 걸음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드디어 새재마을 초입에 도착했는데 주변에 낮 익은 오디 나무를 발견하고 잘 익은 오디를 부지런히 따 먹으며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하고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무리 하였다.
본래 화대종주에 도전했던 한 동료는 우리의 지속적인 방해공작 및 갈굼에 못이겨 우리랑 함께 새재마을로 등반을 했다. 아쉬움을 달래려 대원사에 잠시 들러 경건한 분위기를 즐겨 본다. 여승들이 유난히 눈에 띄길래 물어 보니 몇군데 되지 않은 비구니절이라고 한다. 출입금지 푯말이 붙은 야트막한 언덕 소로길에 앉아 사진을 짝는데 어린 비구니승 한분이 길을 비켜 달라는데 몹시 수줍어 하길래 새삼 속세와 도반의 경계가 멀지 않음을 느껴 본다. 그 분도 알고 보면 바로 우리들의 어린 누이가 아니던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음 겨울 지리 종주를 기약하며 아듀! 지리산!!
▼ 천왕봉 일출
▼ 치밭목 대피소
▼ 새재마을 입구에서 이번 종주 피날레를 장식하는 인증샷^^
▼ 비구니 사찰로 알려진 대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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